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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것들

by 토마토

아침에 일어나 햇살이 가득한 키친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 꿀과 두유를 넣은 블랙티를 아끼는 호랑이 컵에 가득 채워서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안고는 아주 조금씩 음미하며 마셔본다. 그러고는 싱크대를 잡고 등을 쭉 펴는 스트레칭을 해본다. 골반과 어깨에서 뚝뚝 소리가 난다. 자는 동안 몸이 많이 굳어있었던 탓인지 등을 펴는 것만으로도 몸이 깨어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나의 집은 키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멋지다. 100년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아주 커다란 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날씨에 따라 다른 풍경과 소리를 만들어주는 고마운 나무들이다.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을 분위기 좋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기에 음악이 빠질 수가 없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악은 다르게 선정된다. 물론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팝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날은 특히 그렇다.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겨운 날에는 말이다.


나의 집에는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싱그런 화분들이 놓여있다. 아침인사를 하며 내려오는 동안 이 아이들이 말라있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내려온다. 다행히 나의 마음을 아는지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잎이 건조해 보이면 물을 떠 와 충분히 부어준다. 자주 물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평화로운 이 아침의 풍경을 좋아한다.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로 더욱 밝게 빛나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든다.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그 모양새가 조금씩 달라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피부색이며 표정이며 몸의 상태에 따라 매번 달라지곤 한다. 세수를 하고 나서 느끼는 감촉도 매번 다르다. 어느 날은 조금 거칠고 건조하고, 잠을 푹 잔날은 조금 더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때때로 감사의 일기를 쓴다. 감사할 것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매번 고심해서 찾아야 하니깐. 어제보다 더 감사할 것들을 찾는다. 어제까지는 입안에 구내염이 생겨서 아프기도 하고, 매운 것도 못 먹고, 자꾸 아픈 곳을 깨물게 된다. 아마도 조금 부어있어서 그랬겠지. 여간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인상을 쓰고 있게 된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더 이상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도 더 맛있게 마시고, 레몬 꿀차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돼지럴럴( 나의 파트너)에게 말했다 " 입이 안 아파서 난 오늘 너무 행복해" 그래 아프지만 않아도 감사할 일이다.


보통은 운동화를 신고 걷거나 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되었다. 요즘은 게으름증이 발동해서 아주 가끔씩만 달린다. 그래도 한번 달리면 5킬로미터는 달린다. 그래야 땀도 쭉 나면서 온몸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아무리 해도 결코 쉬어지지 않는다. 매번 이 힘들다. 항상 자신과의 싸움이다. 달리는 도중에 멈추고 싶은 때도 있지만, 다 뛰고 나서 해냈다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 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나의 두 다리에 오늘도 감사한다.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나면 그 기분은 정말 최고다. 아직까지 벌게져있는 얼굴에 여기저기에서 땀은 계속 흐르지만 선풍기 앞에 앉아 땀을 말리고 있으면 기분 좋은 나름 함이 밀려온다. 오늘도 달리기 후에 몸을 제대로 풀지 않아서 아직도 다리가 뻐근하지만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본다. 매번 뛰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서 다른 풍경들을 바라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드니에 가서 오페라하우스 근처를 아침에 뛰었을 때 기분이 달랐다. 아름다운 풍경, 그곳의 냄새를 맡으며 뛰는 동안 더욱 마음이 설레었었다. 달리기를 하며 건강한 몸과 단순한 머리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끈기를 길러주는 것에도 말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감사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오늘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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