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시와의 첫만남
여름이 이제 막 시작하는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주변의 나뭇잎들은 짙은 녹색빛을 띠고 한차례 씩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던 어느 날 리즈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또 비가 온다'
선샤인 코스트의 어느 산중턱에 사는 리즈는 이런 날씨에 익숙하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다가도 어느새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퍼붓고 또다시 해가 쨍한 날씨로 변하는 이곳은 하늘과 맞닿은 한적한 산골마을이다.
나무를 부러뜨릴 것처럼 세차게 내리는 비는 바라보며 리즈는 시원함을 느낀다.
밖에 널어놓은 빨래들은 모조리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개의치 않는다.
쉬는 날은 의례적으로 세탁을 하지만 모두 마르기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마를겠지'라며 편안하게 기다리면 따가운 햇살이 금세 모든 것을 바짝 말려주기에 교향곡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의 여유를 즐겨보고 있는 중이다.
그때 '띵'소리를 내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 조시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이다.
<리즈, 우리 고모가 플랙스톤이라는 곳에 집을 하나 사셨는데 조그만 오두막이 하나 딸려있대. 거기서 살 사람을 구한다고 하는데 혹시 관심 있니?>
'와! 지금 사는 곳이 너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리즈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답장을 보낸다.
<너무 좋아요 전화번호 주시면 제가 연락해 볼게요>
집주인은 트리시라고 하고 혼자 사는 아주머니란다.
그렇게 몇 초 만에 갑자기 흥미진진한 기분을 느끼며 받은 번호로 전화를 해본다
조시는 트리시는 산골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보세요?"
아주 깐깐한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려왔고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한다
"안녕하세요. 리즈라고 하는데요 오두막집에 새들어 살 사람을 구한다고 하셔서요"
"그렇군"
트리시는 영 친근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한 주에 250불씩 현금으로 내면 되고 보증금은 없어. 집보고 싶으면 이 주소로 와"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바로 주소를 보낸다.
리즈는 ' 좀 별난 아주머니군'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집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바빠서 안되고 내일 오면 돼"라고 그녀는 말했다.
리즈는 생각한다
'트리시는 매부리코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등이 굽은 할머니일 것이라고'
정말 그녀는 친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사무적인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리즈는 트리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아주머니와 가까이 살면 괜찮을까? 한 집에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어' 라며 애써 생각을 멈추었다
트리시와의 첫 번째 전화통화로 오두막집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녀의 집을 방문해 보고 그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가면 그만이니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소중한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서 상처받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 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지 않는가!
하지만 선택을 하는 순간 오롯이 그 에 따른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그곳에 가서 살게 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리즈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언젠가 외국에 살게 되면 외국인 아주머니와 친하게 지내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한국적인 정을 나눠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던 것이다.
'혹시나 트리시라는 아주머니와 그런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안될 것은 또 뭐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리즈는 더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펼쳐지고 좋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빨리 가보고 싶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