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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Aug 09. 2024

사랑했던  날들

고립

오두막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텅 비었었던 거실 안에는 커다란 5 인용 가죽소파가 기억자 모양으로 놓여있었다. 진한 밤색의 소파는 새것은 아니었지만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기에 제격인 것으로 낮잠을 청하기에도 그만인 듯하였다.

리즈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다.

휑하던 창문에는 베이지 색깔의 깔끔하고 두툼한 커튼이 걸렸있고 그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좁은 복도를 지나 방으로 향한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는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아서 방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이 벽만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방안에 들어서니 커다란 붙박이 장이 한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리즈는 생각한다

'아니 이렇게 큰 붙박이가 있었는데 이것을 보지 못했다고?'

붙박이장 건너편으로는 퀸사이즈의 높은 침대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라텍스 매트리스가  놓여있고 커버가 깨끗한 흰색으로 덮여 있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훌륭하게 집이 꾸며져 있었다.

집 값도 싸게 살고 있는데 이런 것들로 다 채워주신 트리시에게 빨리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리즈는 그 오두막이 좋아졌다.

리즈는 트리시가 머무는 큰 집으로 달려간다.

오두막 오른쪽으로 나있는 꽃길을 따라 트리시의 집 발코니로 향할 수가 있었다.

계단을 올라 부엌 쪽으로 나있는 문을 두드린다.

트리시가 그 모습을 드러냈고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 보다도 훨씬 부드러워 보였다.

리즈는 인사를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트리시 집을 예쁘게 꾸며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파와 침대도 모두 너무 맘에 들어요. 이런 힘든 일들을 혼자 하시게 해서 죄송하기도 해요. 산골로 배달 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트리시는 환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한다

"리즈, 네가 좋아한다니 정말 다행이야. 이런 것들은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일들이야. 내 아들 루크가 와서 도와줬거든. 다음에 루크가 오면 너에게 소개해 주고 싶구나"

"네 너무 좋아요" 리즈는 답하며 벌써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트리시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말하고는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리즈는 마음이 따뜻해 짐을 느낀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이 외딴곳에서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가까이 지낼 누군가가 생긴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리즈는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먹을 것을 조금 사러 가야 했다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약간의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휴대전화를 펼쳤다

이럴 수가 수신기가 뜨지 않는다

외딴곳에 있는 집이어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전화를 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었다.

리즈는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약간의 음식을 사러 차를 타고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로 향한다

약간의 빵과 음료수 그리고 계란 한 판을 사가지고 돌아온다.

빵을 베어 물고는 생각에 잠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지'

모든 사람과 연락도 끊겼고 세상의 소식과도 단절되었다.

어쩐지 불안하면서도 너무나 조용한 그곳이 리즈는 싫지 않았다

그야말로 고립.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좋아했다

눈보라가 치는 어느 산중에 갇혀서 눈부신 고립을 하고 싶었다.

비록 눈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들과 동떨어져 있는 공통점이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 전기는 쓸 수 있었기에 작은 전기 램프를 밝히고는 노트를 꺼내어 적기 시작한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주변의 집들은 모두 불이 꺼져있다.

가로등도 없고 칠흑같이 깜깜한 밤이다.

리즈는 밖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본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 보인다.

눈을 비빈다 혹시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였다.

마치 반짝반짝 보석을 뿌려놓은 듯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산속에 갇힌 줄 알았던 리즈는 진정한 자유를 찾은 듯했다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고 아름다운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조용하고 평온하다.

어쩐지 이 오두막의 삶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행복할 것 같다

'이런 곳에서 간소한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으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리즈는 아직도 꿈꾼다

호주에서의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산골생활 #아무것도없는 #고립 #서로느끼는정 #가벼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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