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날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적한 도로를 운전해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 조용한 마을로 향한다. 적힌 주소로 보아 고급 주택들이 띄엄띄엄 위치해 있는 모양이다. 과연 어떤 집이 나타날까?
단풍나무들이 푸르르게 예쁜 별모양을 한 채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집 쪽으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는 하늘 높게 뻗은 대나무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쉬 ~하는 소리는 내는 듯하다
창문을 열고 대나무의 냄새를 맡아본다. 시원하다
대나무 밑동에서는 죽순이 자라는 것도 보인다 제법 크기가 크다.
대나무 숲길을 지나자마자 내비게이션에서는 우측에 목적지가 위치해 있단다.
낮은 담장뒤로 푸르고 잘 정돈된 정원이 보이고 얼핏 보기에도 대 저택처럼 보이는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즈는 차로 정원까지 들어가기는 많이 실례인 것 같아서 바깥 도로 한쪽에 차를 주차해 놓았다.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이 조용해 보인다.
'오늘이 아닌가' 리즈는 다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날짜와 시간이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트리시에게 문자를 보낸다
'집을 보러 여기 집 앞에 왔어요'
잠시 후 문자가 온다.
'지금 가는 중' 트리시에게서 온 문자이다
'시간도 여유 있으니까 집 주변이나 좀 돌아봐야겠군'
집 주변을 따라서 걸어본다.
꽤 넓은 정원이어서 담장을 따라 걷은 것만 해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집도 빙둘러가며 구경을 해보았다.
햇살이 따뜻하게 사방에서 비치는 모습에 리즈는 그 집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리즈는 꿈꾸고 있었다.
한적한 시골 예쁜 집에서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삶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낮은 대문 쪽으로 차 한 대가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트리시가 분명했다 이곳에 혼자 살고 있다고 했으니까
리즈는 멈춰진 차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즈라고 합니다" 낯설어서 얼굴도 바라보지 못하고 빠르게 인사를 해버린다.
"안녕하세요 리즈 나는 트리시예요. 이쪽으로 따라와서 살집을 바로 보여줄게요" 트리시가 말했다
트리시의 집 본채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그녀가 말했다
리즈는 트리시를 뒷쫒아가면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반듯한 자세에 살이 찌지도 않은 아주머니였다.
머리는 공들여 드라이를 한 것처럼 볼륨이 있었고 옷차림은 화려한 티셔츠에 몸에 달라붙는 가죽바지를 입고 부추 같은 것을 신고 있었다.
'트리시는 패션이 좀 특별해 보이는데 아마도 꾸미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 듯해'
리즈가 상상하던 모습과 너무나 반대되는 쪽이어서 그녀는 조금 놀랐다
곧 오두막집이 하나 보였다
리즈가 보기에 그 집은 아기 삼 형제 중에서 막내가 벽돌로 지은 집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정말 네모 반듯하고 거기에 문하나 창문이 있는 단순하게 그지없는 벽돌집이었다.
뭐랄까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트리시는 현관문을 열쇠로 돌려 열어주었고 안을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물러나 주었다.
리즈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텅 빈 원룸 같은 공간이 펼쳐지고 작은 복도를 따라서 방과 화장실이 있고 그 뒤쪽으로 주방이 있는 공간이 좋았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집이라기보다는 작업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집이 작아서 살펴볼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리즈는 빠르게 훑어보고는 트리시에게 말한다.
"트리시 이 집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저희는 가구가 아무것도 없어서 침대랑 소파를 들여 놓아주실 수 있나요?'
트리시는 잠시 망설이더니 "아무 문제없어 그렇게 해줄게 언제 들어올 수 있지?
리즈는 너무 신이 나서 당장 대답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들어올게요"
리즈의 주머니 속에는 집 값을 치르기 위한 2주 치의 방값 500불이 현금으로 들어있었다.
그 돈을 곧장 트리시에게 건넨다
"이건 2주 치 방값입니다. 이곳에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리즈는 트리시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다
'분명히 조시에게 70대라고 들었는데 이분은 얼굴에 주름 하나도 없으시다니'
'화장도 너무 곱다. 어디 한 군데 두드러지지 않고 조화롭게 한 것을 보니 화장하는데도 고수 이신가 봐'
리즈가 상상했던 마귀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트리시는 방값을 건네어받고는 다음 주 월요일에 보자며 인사를 하였다.
때마침 강아지 두 마리가 달려 나온다.
한 마리는 뒤뚱뒤뚱 살이 찐 것인지 아니면 다리가 짧아서 그런 건지 회색 빛깔의 강아지는 얼굴이 순수해 보였고 다른 한 마리는 흰색의 털에 검은 반점이 있고 깡마르고 짧은 털에 얼굴에 두려움이 비치는 모습이었다.
두 마리는 리즈의 주변을 맴돌았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낯선 사람이라 짖을 만도 한 것을 전혀 경계의 기세는 없었다.
트리시에게 물어보니 강아지들의 이름은 핵터와 바비란다.
참 잘 어울리는 짝꿍이다.
트리시와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리즈가 본 그 집은 작고 따스하지만 커다란 창이 있어서 정원을 하루종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경치를 가지고 있었다.
리즈는 생각한다
'내가 좋은 경치가 보이는 그런 집에서 살아본 적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그런 경험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산골 생활의 시작이 곧 열린다
나뭇잎이 물들어 가는 것을 곧 볼 수 있을 테고 꽃이 피고 지는 광경들을 질리도록 볼 수 있을 테니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지만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지금의 세대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리즈는 생각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분명 맘에 들지 않는 나쁜 점도 드러날 거야 그러나 어쩌겠는가 경험해보지 않은 자가 무엇을 알겠으며 어떤 안 좋은 점이 있을지에 대비를 할 수 있겠어 그냥 무딛혀 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