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리 너머 안개 속 희망을 향해 1

1부. 안개 속 스무리

by Coo Lee

산골짜기 마을에서 읍내까지는 십 리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한 시간을 걸어야 초등학교에 닿았다.
중학교는 훨씬 더 멀었다. 거의 스무 리.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고, 자갈이 깔린 신작로를 조심조심 달렸다.
펑크라도 나면, 남은 거리는 자전거를 끌고 가야 했다.


중학교 3학년 가을, 담임 선생님이 불러서
대전 인문계 고등학교 연합고사 원서를 작성해 오라고 하셨다.
그는 ‘때가 왔구나’ 하고 생각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꺼냈다.
집안 형편상 고등학교 진학은 어렵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기숙사가 있고,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없는 학교가 있다면 가고 싶다고 했다.
공고나 농고에 그런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정말 그런 곳이 있는지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목소리에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로 그가 그렇게 가난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 놀라움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동안 고민하시던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머니를 한번 모셔오너라.”

지팡이 없이는 몇 발짝도 움직이기 어려운 어머니에게
그 먼 거리는 너무나 큰 부담이라는 걸 선생님도 잘 알고 계셨지만,
그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하셨다.


다음 날, 어머니는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를 왕복 사십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발을 내디디셨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는 내내
자식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랜 상담 끝에 돌아온 어머니는 일주일 내내 말씀이 없으셨다.

고민이 가득한 얼굴빛이 깊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조심스럽게 입을 여셨다.

“선생님은 네가 꼭 대전 인문계에 진학했으면 하신단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형편으로는 불가능하잖니.
하지만 세상일은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못 가더라도, 일단 시험은 한번 봐보자.”
어머니는 말끝을 흐리며 그를 바라보셨다.


그 순간, 그의 인생의 나침반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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