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도서관에 쌓인 밤
그 사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수없이 부딪치고 또 고민하셨다.
그 방법밖에 없다는 아버지와 그것만은 안 된다는 어머니.
몇 달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어머니의 뜻은 결국 모두를 설득시켰다.
기약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텨 보기로 하고,
양자 이야기는 없던 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그는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어머니의 뜻도 자신의 미래도 지켜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결국, 2학년이 되면서 그는 스스로의 길을 바꾸었다.
원거리 통학을 이유로 1학년 동안 예외로 빠질 수 있었던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밤 10시에 야자를 마치고 나면 언제쯤 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무작정 학교 도서관에서 야자를 시작했다.
며칠 뒤, 야자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중학교 선배와 마주쳤다.
같은 시골 중학교 출신의 선배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뜻밖이면서도 반가웠다.
알고 보니, 선배는 3학년 대표로 도서관의 심야 자율관리를 맡고 있었고,
몇몇 선배들은 10시 이후 도서관에 와 자정 넘어까지 공부하거나,
때때로 그곳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그는 자신도 도서관에서 자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정을 들은 선배는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2학년은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조용히 허락해 주었다.
그 주 일요일, 그는 어머니와 조용히 상의하고는
이불을 싸 들고 시골 집을 나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의 하루는 낮엔 교실, 밤엔 도서관이었다.
아침 일찍 근처 친척집에 들러 세수를 하고,
아침을 얻어먹은 뒤,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챙겨 등교했다.
주말이면 시골 집에 다녀와 목욕을 하고, 필요한 물건을 다시 챙겨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도서관 생활.
나무 의자를 잇대어 놓고 그 위에서 자면 온몸이 쑤셨고,
도서관 바닥에 눕자 습기가 이불을 타고 몸속 깊이 에려 왔다.
여름엔 모기에 시달렸고, 초봄과 늦가을엔 새벽 추위가 매서웠다.
겨울엔 시장 골목의 작은 친척 가게 한구석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찬기를 견디며 새우잠을 잤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시간의 무게는 성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변화는 느렸지만, 시험때마다 작은 진전이 나타났고,
갈수록 그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결국 버텨낸 시간만큼 성적은 올라섰다.
그렇게 견뎌낸 순간순간이 작은 빛으로 바뀌어, 그의 앞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빛은 아직 희미했지만, 분명히 그의 발걸음을 앞으로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