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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Mar 09. 2022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노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공평할 수 없는 것에 적응한다.  

You have to try.
I have tried.

 

 불가항력적인 것은 종종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할 때 온다. 해변에 바닷물이 차오르고 사라지는 것처럼,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 바다에 덮여 있을 때는 육지와 바다가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육지가 드러나면 바다와 육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에드워드 (빌 나이 역)는 결혼 29주년에 그레이스 (아네트 베닝 역)에 이별을 고한다. 관객은 이들의 이별을 오프닝부터 예감한다. 하지만 아들 제이미 (조쉬 오코너 역)와 그레이스는 이를 예상치 못 했다. 그레이스는 이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노력을 강요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영화는 이 둘이 다르다는 것을 여러 면에서 보여준다. 단어 선택에서부터 그레이스의 문장에는 will이, 에드워드는 can이 들어간다. 자연재해처럼 닥쳐온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 보여준다. 그레이스는 활력이 넘치고 의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레이스의 옷은 항상 꽃무늬나 패턴을 가진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의지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에드워드의 옷은 차분한 단색이다. 이들의 집은 패턴과 식물의 활력으로 가득 찼고, 가구들로 복작거린다. 에드워드가 그레이스와, 그리고 이 집에도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준다. 에드워드에게 29년의 결혼생활은 전쟁에서 생존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레 닥쳐온 이별에 할 수 있는 말은 ‘자비를 베푸소서’ 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레이스는 에드워드를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언행을 고치면 에드워드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움을 자극하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레이스의 행동의 모든 전제는 이 모든 현상이 일시적이며, 에드워드가 한 번은 집을 방문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는 제이미는 괴롭다. 하지만 동시에 에드워드를 이해하기도 한다. 제이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모습과 행동은 아버지의 면을 가지고 있지만 어머니의 웃음을 가지고 있다. 제이미의 옷도 단색과 체크를 번갈아 입는다.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절벽과 같은 모습이다. 제이미는 어머니와의 모든 순간이 싫었냐고 묻는다. 에드워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만 처음부터 에드워드와 그레이스는 달랐고, 그걸 알지 못 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원히 육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 한다. 그래서 에드워드라는 개를 입양하고 의지를 가지고 통제한다. 항상 ‘나의 결혼생활’등 자신의 소유권에 대한 주장을 강조하며, 자신에 속해있지 않으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레이스에게 나의 가족이 완성되지 않은 집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행동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벽을 향한다. 제이미는 그레이스를 따라가서 대화한다. 그레이시의 배경은 흙이고, 제이미의 배경은 푸른 바다다. 그 곳에서 제이미와의 포옹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레이스는 그제야 에드워드와 새로운 가정과 직면한다. 그 때도 그레이스는 에드워드의 허락 없이 공간을 침입한다. 그런 모습을 본 안젤라 (샐리 로저스 역)는 그레이스에게 말한다. 


“불행한 사람 3명이었요. 이제 한 명만 남았네요.” 


 그레이스는 집을 나선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에드워드를 따라가진 않는다. 에드워드는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묻지만, 그레이스는 이를 거절한다. 전처럼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에드워드처럼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이 사태에 적응한다. 시를 묶고, 분류하고 배포한다. 불가항력적인 재난을 겪을 모든 이들에게 시를 제공한다. 그리고 나도 이 곳에 있었다고 말하며 위로한다. 부모를 모두 이해하게 된 제이미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시를 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영화다. 에드워드, 그레이스 그리고 제이미 모두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제이미의 친구처럼 관조하는 입장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사와 미술, 배경이 모두 뛰어난 방식으로 함축 시켰기 때문이다. 시퀀스가 잘게 쪼개지거나 대사가 많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배경이 모두 섬세하게 맞물리며 적은 양으로도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인물들을 설득한다. 균형이 어그러졌다면 영화의 시선은 쉽게 한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모든 등장인물들이 올바른 열차를 타고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영화에서 살아있는 인물을 본다는 게 오랜만이었다. 


P.S. 영화에서 나온 시를 따로 모아놓은 책이 있다면 구매하고 싶다. 추후에 VOD와 시를 번갈아 보며 다시 이 작품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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