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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Mar 25. 2022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장거리 클로즈업

주인공을 위한 도전적인 선택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아직 안 죽어.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은 모르지. 

 

 

 이 영화의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눈과 다리가 기능을 멈춘 남자 가 사랑하는 암환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영화의 촬영 기법도 클로즈업과 아웃 포커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감독은 이 단순한 이야기에 인물을 클로즈업한다. 남자는 영화를 좋아했다. 책장은 고전 영화로 가득 차 있고 모든 인물들을 영화 인물로 비유한다. 하지만 현재 남자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병으로 인해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를 찍는 시선이 클로즈업인 이유다. 영화는 남자의 세계를 담아낸다. 남자가 인식하는 세계 바깥은 모두 아웃 포커스로 처리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예전에 봤던 영화로 채워 넣는다. 포장도 뜯지 않는 타이타닉 DVD는 주인공을 대변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단조롭고 위태로운 세계다. 멀리서 들리는 이웃들의 근거 없는 추측, 부모의 걱정으로 흔들리는 세계다. 모든 것이 정해져 버린 그의 내일을 바꾸는 것은 복권과 여자친구다. 

 


 온라인에서 만난 여자친구는 3시간 거리에 산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그녀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그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암 치료를 앞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와 춤을 추며 서로 만지는 상상을 한다. 그런 그의 얼굴을 영화는 극단적으로 얕은 심도로 따라간다. 심도의 제한과 클로즈업의 합작으로 그의 심경을 상상하고, 동시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 후, 그는 여자친구를 직접 보기로 한다. 그의 세계가 확장된다.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그는 <타이타닉> DVD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에게 세상이 어떻게 느껴는 지 카메라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은 미지의 존재이며 긴장의 연속이다. 그 사람이 호의로 접근하는 지, 명백한 악의가 있는 지 코 앞에 손을 흔들어도 알 수가 없다. 먼저 상대방에서 행동을 취해야만 반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결되기 위해선 두려움을 이기고 세계에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만 그의 휠체어를 잡아줄 수 있다. 그가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타인이 휠체어를 움직인다. 눈도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그 말은 그가 원하지 않는 곳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악의를 가진 타인에 의해 그는 위기에 빠진다. 그들은 그가 얻은 기회 (복권)와 그가 가고자 하는 세계 (여자친구)까지 파괴시키고자 한다. 그 때 내뱉는 절규는 그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타인은 그를 낯선 세상에 내버려두고 떠나간다. 그렇게 세상에 버려진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스스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것 밖에 없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버려진 핸드폰이다. 결국 바깥으로 나온 그는 턱에 걸려 다시 엎어진다. 처음 엎어졌을 때 그는 도우미를 부르지 않았다. 도움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도움을 구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젠 저 멀리 들리는 음성에 온 힘을 다해 연결을 구한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한 번 세상과 연결되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카메라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사람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껴안으며 영화는 끝난다. 



 도전적인 영화였다. 줄거리와 촬영은 서로를 보완하는 두 개의 축이다. 줄거리가 단순하면 그 공백을 화려한 액션이나 정교한 미장셴을 통해 영화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한정되거나 반복된 공간에선 화려한 카메라워크나 음향을 통해 긴장감을 줄 수 있다. <베리드> (2010) 가 그러한 경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든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 단순한 줄거리에 카메라도 클로즈업과 얕은 심도를 진득하게 사용한다. 카메라가 화려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든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인물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야코는 냉소적이지만 유쾌하다. 여자친구 앞에선 자신감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세상을 두려워한다. 야코가 가진 장애는 심각하다. 하지만 영화는 신파나 사회비판으로만 빠지지 않고 세상의 여러 면을 보여준다. 이를 야코의 시점으로 보여주기 위한 우직한 클로즈업과 얕은 심도는 정보의 양을 극도로 제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야코에 공감하며 영화를 본다. 다만 초반에 야코의 일상이 다소 길어, 지루함을 느끼고 감정이입을 하지 못 한다면 그 이후의 전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을 새로운 시점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얼굴과 상반신만으로도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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