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착기) 7. 비계획이 후회되는 시간

돈을 아끼면 시간을 버리게 된다.

by 김깜깜

만고의 진리는 시간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다는 것. 나는 날 때부터 자린고비인지라 늘 이 만고의 진리를 무시하고 항상 돈을 아끼다가 시간을 왕창 낭비해버리곤 했다. 그날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껴야지 아껴야 살지. 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기저에 깔려있는지라 나는 내가 사는 도시에서 약 60km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서 기름을 딱 '반만' 채웠다. 호주에서는 주로 고속도로를 운전했고 차 cc도 동일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120km 정도는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던 것이다. 나는 이때 내가 나름 계획적인 인간이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가는 길은 험했고 기름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갔다. 한인마트에서 장도 보고 여러 서류도 처리한 후에 돌아오는 길에 몇 개의 주유소를 흘려보냈다. 단지, 비싸다는 이유였다. 주유등은 아직 반도 돌아오지 못했을 때 이미 켜졌지만 나는 게의치 않았다. 잠시 멈춰 선 곳에서 '주유등 들어오면 몇 킬로 더 운전할 수 있나요?'따위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안심했다.


집에 도착하기 10km 전, 자동차는 길가에 멈췄다.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에 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걸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 봤지만 번번하게 실패했고 나는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타국 땅, 포도밭 한가운데에 멈춘 것이다. 나는 급하게 지역 내 한인 단체 채팅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한 분이 도움을 주러 오셨다. 그 당시에는 기름 문제 혹은 엔진 문제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우선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기름 문제이기 때문에 근처 가장 가까운 주유소로 이동했다. 주유소에 딸려 있는 슈퍼마켓에서 빈 우유통 두 개를 빌렸다. 다시 돌아와 차에 넣었지만 여전히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분명, 이건, 엔진 문제다. 기름 문제이길 바랐던 소망이 거침없이 무너져 내리자 나는 차를 판매한 판매자에 대한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다.

차가 멈췄다.

물론 아주 예의 바르게 이러한 상황이니 판매자가 와서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전에 보험에 연락했지만 보험이 활성화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또 돈의 노예가 되어 보험 처리는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미뤄둔 상태였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판매자는 도착했고 내게 기름 문제는 아니냐고 물었다. 기름을 이미 넣었는데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얼마나 넣었냐고 물었고 우유통을 보여주며 두 통을 넣었다고 했다. 그는 부족하다며 조금 더 사러 가자고 했고 다시 우유 두 통분의 기름을 사들고 돌아왔다.

기름이 분홍색이라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시동은 걸리지 않았는데, 남자는 차키를 반만 돌려서 엔진을 조금 활성화시킨 후에 차키를 전부 돌려보라고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시동이 걸렸다. 그렇다. 기름문제였다. 왕복 120km를 달려야 했으면서 고작 기름을 반통만 채운 내 죄였다.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도와주러 오신 한인분과 자동차 판매자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했다. 예상한 시간보다 족히 2-3시간은 늦게 도착한 탓에 한인마트에서 산 냉동만두는 이미 다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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