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와 광고기획자의 공통점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고

by 야자수


얼마 전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작년 시애틀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걸을 때마다 오른발 아치가 찌릿찌릿 불편했는데 어느 날 고작 30분 러닝을 하고 난 후부터 그 부분이 너무 아팠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내 발은 평발에 가까운 발이라고, 그것 때문에 아픈 것 같다고 했다.


평발에 가까운 발? 단 한 번도 내 발이 그럴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이나 황당한 기분으로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말끔하게 나았다. 기계가 몇 번 내 발을 어루만졌을 뿐인데 이렇게 나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일, 좋은 사람, 좋은 기회, 좋은 혜택. 모든 조건이 감사함에도,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게 불편할 때가 있다. 마치 책 표면을 휘감는 띠지가 누군가에겐 욕받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내 소임과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해서일지도 모른다. 미움받을 용기는 매일 찾아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결국 에세이를 만드는 일이나 광고를 만드는 일이나 편집자가 대중에게, 광고기획자가 소비자에게 가닿을 ‘한 끗’을 끌로 파는 (더 깊이 파고든다는 광고업계 용어) 일이다. 두 직업 다 끌로 파는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애초에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내 마음은 평평하게 만들어졌기에 앞으로 굴러갈 때 이렇게 가끔 불편함이 오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도 뜨끈한 찜질을 가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하는 기대를 가지는 대신 '책 펴 들고 마음근력을 다시 키워보자'며 다짐해 본다. 편집자나, 광고기획자나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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