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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예찬

by 베니스 일기

찬란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것.


한 순간만에 내가 그 아름다움을 알기 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내가 되게 만드는 아름다움. (물론 그것 역시 내 안에서 기인한 변화.)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 채 살았던 과거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괴로움에 울부짖지만 이내 그 모습마저 애틋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이 준 변화로 내가 잃어야만 하는 것들이 명백해 보여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 절대 그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심지어는 내가 잃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될 정도로 내 눈을 멀게 만드는 아름다움.


오늘 하루를 건강한 생각으로 성취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아름다움. 내게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더 찬란하게 빛나 보이게 만드는 아름다움. 음식과 음악을 음미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아름답지 않게 만들어진 음식이 내 입을 통해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을 원치 않게 만드는 아름다움. 뜨거운 감동에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아름다움. 동이 트는 순간을 알리는 새의 지저귐을 일깨우는 아름다움. 그렇게 도시와 내가 깨어나는 순간을 바라보게 만드는 아름다움.


너무 고결해 그 앞에 놓인 내 손이 추해 보여 차마 그 가까이 다가갈 마음조차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 (역설적이지만 어떤 것이든 너무 거대함은 누구에게나 두려움마저 준다.) 잃게 될 것이 있지만, 어떤 형태의 보상 따위도 원치 않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경험했고 그 크기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몇 날 며칠이고 행복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아름다움. 죽음을 생각하던 날, 우연히 마주한 그 아름다움에 취해 내 모습조차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만들 만큼 거대한 아름다움.


아름다움에 취해 충만해진 기쁨이 주변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아름다움. 수십 번을 갔던 집 앞 카페 직원이 상냥한 인사를 건네게 만드는 아름다움. 퉁명스럽던 도서관 사서가 내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것은 모두 나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이다.


이만큼 찬란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 축복의 시간을 허락한 모든 것들을 감사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심지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그 아름다움과 같은 순간을 살며 같은 공기를 숨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감사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나를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그런 아름다움을 보았고. 나는 그것을 열렬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7월 3일 2022년의 정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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