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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다

책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에서 영감을 얻어

by 김남정

아침 햇살이 얇은 커튼을 비집고 들어왔다. 작은 먼지들이 빛 속에서 유유히 떠 다니는 걸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늘 뭔가를 바꾸려 애썼을까.'


오랫동안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다. 계획을 세우고, 버킷리스트를 적고, 내일의 목표를 다짐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런데 이상했다. 성취의 순간은 잠깐이었고, 꼭 다른 결핍이 고개를 들었다. 만족은 늘 모래 위에 쌓은 탑 갔았다.


그때 만난 문장이 있다.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사실은 문제를 키우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졌다. 해결하지 않으면 답답한데, 그게 왜 문제지? 그런데 천천히 곱씹으니 알 것 같았다. 나는 늘 고치려고 애썼다. 마음이 불안하면 원인을 추적했고, 미래가 불안하면 계획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불안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졌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애씀 자체가 새로운 문제였다는 것을. 료는 말한다.


"생각을 없애려 애쓸수록, 생각은 더 많아진다. 그저 두면 된다."


나는 책장을 덮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거울 앞에 서니 주름진 눈가가 먼저 보였다. 예전 같으면 '이제 관리를 해야겠군' 했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주름도, 희끗한 머리카락도 그냥 내 모습 같았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다는 말로 부족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그래 이 모습도 좋다.'


커피를 내리면서 료의 또 다른 문장이 떠 올랐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때,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손에 쥐고 창가에 섰다. 오래 쳐다보지 않았던 풍경이 보였다. 하얀 구름, 유리창에 걸린 햇빛, 그리고 그 빛을 받는 내 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아침인데, 그 평범함이 이상하게 고마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해지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오늘의 나를 그냥 두기로 했다. 기분이 좋으면 그 기분을 즐기고, 기분이 안 좋으면 그 기분을 '그래,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하고 받아들인다. 모든 기준과 선택의 주체가 내가 되는 '온전한 나'인지를 확인하는 매일들이다.


생각을 없애려는 내 안의 전쟁을 멈추고,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바라본다. 파도가 일었다가 가라앉듯, 생각도 잠시 머물다 떠난다.


예전엔 자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싫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좋다. 조금 부족해도 좋고, 덜 완벽해도 괜찮다. 아니 그게 더 자연스럽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나의 언어로 나를 차분히 표현해 나가는 요즘이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가장 괜찮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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