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상, 무한한 사유의 공간
내 책상 위에는 늘 작은 것들이 흩어져 있다. 반쯤 읽다 덮어둔 책, 따뜻한 김이 아직 남아 있는 머그잔, 끝이 조금 닳은 연필, 그리고 글을 쓰다 말고 접어둔 노트북, 겉으로 보기엔 그저 어수선한 물건들일뿐이지만, 나에게는 매일의 삶을 지탱해 주는 소우주(小宇宙)다.
나는 이 책상 앞에 앉아 하루의 균형을 잡는다. 주 3회 필라테스로 몸을 단련하듯, 글쓰기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한다. 책장을 넘기며 얻은 사유가 문장으로 흘러나오고, 멈칫거리며 멈춘 손끝은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한다. 때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문장 앞에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득 떠오른 한 줄에 마음이 환히 밝아지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책상 위에서 일어난다.
스웨덴의 피카(FIka)가 커피와 함께 잠시 멈추는 여유라면, 나에게는 책상이 곧 피카의 공간이 된다. 이 작은 공간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세상과 분리되면서도 동시에 연결된다. 창밖의 자동차 소리, 부엌에서 나는 찻물 끓는 소리, 남편이 켜놓은 TV 소리까지도 모두 책상 위의 우주로 흘러들어 온다.
어느 날은 남편이 조심스레 커피를 내리다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한다.
"글 쓰느라 집중했지?" 한 모금 마셔."
그 말이 어쩐지 작은 격려처럼 들려 마음이 따뜻해진다. 커피 향이 퍼지면 글이 더 잘 써지는 건 아니지만, 함께하는 마음이 힘이 되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라고 말했다. 책상 위의 작은 것들이 바로 그렇다. 낡은 연필, 오래 쓴 노트, 남편이 건네준 커피 한잔. 이 모든 것이 모여 오늘 하루의 기록이 되고, 결국 내 삶의 일부가 된다.
책상 위의 풍경은 특별할 것 없지만, 거기에 앉아 있는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슬픔도, 기쁨도, 작은 습관처럼 이 자리에서 흘려보내며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