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담론> 10장 이웃을 내 몸과 같이 -필사
묵가 사상의 핵심은 그 편명에서 잘 나타납니다 <상현(尙賢)>, <상동(尙同)>, <겸애(兼愛)> 등이 그것입니다. 우선 <상현>이라는 것은 신분에 관계없이 현자를 천자로 모신다는 사상입니다. <상동>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의(義)를 다 인정하고, 열 사람의 몫을 골고루 다 나누어주는 것을 뜻합니다. <겸애>라는 것은 똑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비공(非攻)>은 공격 전쟁 반대, <절용(節用)>은 물건을 아껴 쓰는 것, <절장(節葬)>은 장례를 간소하게 하는 것, <천지(天志)>는 중국공산당에서 비판한 하느님의 뜻입니다만 사실 묵자의 하느님 사상은 절대신이 아니라 일종의 도구 신 개념입니다. 하느님이 겸애(兼愛)다. 그러니 겸애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진노를 받을 것이다. 천지(天志)는 일종의 규제 장치였습니다. <명귀(明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신과 하느님이 규제한다는 것입니다. <비악(非樂)>은 음악을 반대하고, <비명(非命)>은 운명을 거부하는 주체성입니다. 천명(天命)이란 없다. 그것은 폭군이 만든 것이다(命者暴王作之). 탕왕도 그렇고, 주나라 무왕도 그렇고 민심을 잃은 부패한 왕조를 무너뜨릴 때는 천명을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중에 자기가 또 천명 때문에 쫓겨납니다. 천명이라는 것은 폭군들이 자기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든 것일 뿐 결코 하늘의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유(非儒)>는 유가에 대한 비판입니다. 유가는 본질적으로 왕이나 지배 계층에 기생하며, 괜히 오르내림의 절차를 번잡하게 하고, 슬픔을 강조하는 등 불필요한 예(禮)를 만들어 내는 무리라고 비판합니다.
백성에게는 세 가지 우환이 있다고 진단합니다(民有三患). 굶주린 자가 먹지 못하고(飢者不得食), 추위에 떠는 자가 입지 못하며(寒者不得衣), 일하는 자가 쉬지 못한다(勞者不得息)고 진단했습니다. 현실 인식 자체가 대단히 민중적입니다. 기층 민중의 삶 깊숙이 들어가 있는 생생한 현실 인식입니다.
若使天下 兼相愛 愛人若愛其身 猶有不孝者乎 -<겸애>
만약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하여 ‘애인약애기신(愛人若愛其身) 한다면 어찌 불효가 있겠는가라는 뜻입니다. ’愛人若愛其身‘ 부분을 한번 번역해 보기 바랍니다. 여기서 인(人)은 다른 사람, 이웃의 뜻입니다.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입니다. 성경 구절과 똑같습니다. 이 구절을 들어 예수 탄생 때 나타난 세 사람의 동방박사가 묵가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원전 100년경에 묵가는 중국에서 잧취를 감추었습니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기 이전까지는 묵가가 활동을 했기 때문에 어쩌면 예수가 묵가 그룹에서 공부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어쨌든 묵자는 천하를 이롭게 하려는 겸상애(兼相愛) 교상리(交相利)의 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兼相愛 交相利之法 易之). ’교상리‘는 오늘날 현안이 되어 있는 동반성장과 같은 의미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는 법으로 바꾸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묵자는 오늘날의 당면한 과제인 연대와 상생을 일찌감치 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묵자 사상은 또한 삼표론(三表論)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철학적입니다. 판단을 사실 판단으로서의 지(知)와 가치 판단으로서의 의(意)로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여 모든 형정(刑政)은 세 가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역사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로는 과거 성왕의 사례(古者聖王之事)입니다. 역사적 관점입니다. 그리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이목지실(耳目之實)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정 명령이 시행되었을 때 그것이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관해서도 자상하게 열거합니다. 부(富), 상(象), 안(安), 치(治)입니다. 경제, 인구, 치안, 평화입니다. 그리고 부모, 학자, 군주는 법(法)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부모는 별애(別愛)하고 군주는 자기 나라의 이해관계에 매몰되고 학자는 천지(天志)만큼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