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감상문
우리 집안 작은 아버지
나이를 먹을수록 잔주름은 늘어가고 화장을 해도 시간 투자 대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제는 거울 보는 시간보다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손바닥에서 마주하는 세상은 손거울보다 더 큰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속에 내가 있다. 나는 지금 잘 있는지 내가 궁금하다.
빠져나가는 콜라겐을 화장품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채운다고 내가 예뻐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이제는 셀카 수십 장보다 몇 줄의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잘 다듬어지고 정교하게 그린 눈썹처럼 글을 쓰고 싶어진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서 유시민 작가의 방송을 접하고 한동안 잊고 지낸 그를 다시 살펴봤다. 주름진 얼굴 속 초롱하고 매서운 눈빛이 여전하니 다행히 건재한 거 같다. 그의 생김새에서 나의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닥 교차지점이 없어 보이는 두 인생이지만 카랑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성깔은 비슷해서 그가 우리 작은 아버지 뻘 쯤은 되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만약 그랬으면 내 인생 핏줄 덕 좀 보지 않았을까?
나는 유시민의 열성 아줌마 팬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이번에 읽을 때는 목젖을 젖혀가며 웃었다. 뭐 그렇게 웃긴 이야기는 없었는데, 선전선동을 위한 글을 쓰면서 형성된 그만의 맵싸한 스타일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쌩쌩하니 보는 이는 즐거웠다. 그가 때리는 일명 흉한 글의 출처를 살펴보면서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밉살맞은 1등이 어느 날 선생님한테 된통 걸려 종아리를 걷고 맞고 있는 꼴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훔쳐보며 꼬소해 하는 쫄보였다. 실컷 때려놓고 그가 자신이 과거에 쓴 글도 소환해 자책하는 그의 전법은 결국 웃음을 토하게 한다.
이 책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실용서임이 틀림없는데, 낭중지추처럼 책 곳곳 그의 인생이 보여 자전적 에세이 같다. 명절날 집안에서 공부 꽤나 하신 작은 아버지를 뵈어 과외를 받은 느낌이다. 바보 친구와도 의리를 지키는 우등생. 그가 우리 집안의 작은 아버지라고 자랑을 하고 싶다.
글쓰기의 3대 비법 다독, 다상량, 다작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는 이 뻔한 노하우를 습관으로 삼으려고 노력 중이다. 비루비루한 몸매를 운동으로 다지듯 글쓰기 근육도 만들 작정이다. 내 인생 후반부를 잘 채워나가고 싶다. 그동안 잘 살아오지 못해 내게 미안하다. 안경과 노트북, 도서관만 있으면 하루가 바쁘게 즐겁다.
글쓰기 의욕에 앞서 법정 스님께서 유언으로 하신 당신의 글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도 문득 떠올랐다. 그동안 풀어 논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의 의미를 짚어본다. 한 점 부끄럼 없는 윤동주의 마음으로 살 수만 없는 세상이다. 나는 한 조각의 양심이 내 글에 묻어나는 삶을 살겠다. 나의 결을 가다듬고 살피는 일에 방심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