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햄버거
미국 음식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햄버거. 여러 유명 패스트푸드점은 익히 들어봤지만,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주시루시(Juicy Lucy) 버거에 대해 알게 됐다. 주시루시 버거는 소고기 패티 위에 치즈를 얹는 게 아니라 아예 패티 안에 치즈를 넣어서 구운 것이다. 현재 미네소타 주의 THE 5∙8 CLUB과 Matt's Bar 두 가게가 서로 주시루시 버거의 원조라고 주장한단다. 어쩐지 신당동 떡볶이 거리나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길에 들어서면 저마다 '원조', '아무개 할머니 원조' 간판을 쓰는 것이 떠오른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뭐. 우리는 그날의 동선과 가까운 THE 5∙8 CLUB으로 향했다.
1928년 문을 연 가게는 오래된 미국식 캐주얼 다이닝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역사가 오래된 로컬 맛집이라 그런지 중장년층 손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우리도 이곳 주민입니다만, 누가 봐도 여행객 같군요. 직원의 추천을 받아 가장 클래식하다는 THE SAUCY SALLY와 THE CLASSICS로 주문했다. 겉모습은 당연 다른 햄버거와 같거니와 처음 몇 입은 일반 햄버거랑 크게 다른가 싶지만, 계속 먹다 보면 고기에 쫀쫀하게 붙어있는 뜨거운 치즈 덕에 더욱 고소하며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육즙과 치즈를 더 가까이 붙여놓다 못해 섞어놓은 셈이니 말 다했다. 한국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도 치즈버거를 제일 좋아했던 본인으로서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 싶다!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오래된 포스터나 사진들에서 이곳의 세월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경복궁 근처에 삼계탕 맛집이 있다면 여기는 햄버거 맛집이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났다. 동네 맛집이 수시로 바뀔 때면 나의 추억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지 않던가. 추억이 있는 곳이 오래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듯하다. 꾸덕한 치즈 패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햄버거 맛은 덤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