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을 보다가
쫒아오는 맹수에게서 도망가다
동물이 살아내면 숨어내면
“아 다행이다“ ”잘했다“ ”와잘됐다“
고 마음을 쓸어내리는 인간은
인간의 왕국에서
도망가면, 이 앞서는 이야기들에 무너지면
‘나약함’으로 질타받는 경쟁에,
회색 사회에 산다.
동물은 맹수의 공격에 도망가면 잘한 일
인간은 왜 맹수의 공격에 도망가지 못하나,
잘 도망치는 것도 살아내진다면 잘한 일.
버티는 이들이 도망가는 이들을
질타할 권리는 누가 쥐어줬나,
말이면 단 줄 아나,
”빠꾸해, 빠꾸“ (폭싹 속았수다 중)
관식이는 금명이에게 늘 빠꾸하라 말한다.
언제나 금명이 뒤엔
빠꾸하면 숨을 관식이란
애순이라는 큰 동굴이 있으니
빠꾸해도 된다.
길을 걷다 아파트는
왜 현대의 동굴이 되었나 생각했다,
그만큼 다 열고 살면
목숨이 위험해서일까,
나는 6평 남짓 서울 동굴에서도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는데,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늘 “이것만 지나면”
“이것만 끝나면” 이었는데
늘 나는 뭘 놓치고 사나
나는 날 놓치고 사나
동굴이라는 건 가지기 어려운 거.
내 동굴은 나 혼자 파서
깊기만 하고 넓지가 않아서.
요즘 내가 어려운 건.
“괜찮은 나”와 “가라앉는 나” 사이에서
감정을 하나로 지키는 일.
괜찮지 않은 나의 감정은 “지나가는” 것이라
인식하고 잘 놔주는 것.
또 나와 다른 이들을 놔주는 것.
나 말고 다른 이들을 하나씩
부러 일부러 부러 놓치는 것.
기대를 내려놓는 것.
다른 귀한 등과 어깨에 기대를 얹지지 않는 것.
그 귀한 곳에는 다른 것들이 잔뜩 있으니
내 기대까지는 얹지지 않는 것.
이렇게 잔뜩 연습해도 아직 또 연습해도
어려운 일상들에.
조금은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었으면 하는
얄팍한 내마음도 사랑하는거.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최유리-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