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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퇴사 부검

2년 3개월간의 경험 정리

by 일련의 생각

2022년 6월, 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운영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중간에 영업 전략팀으로 직무를 변경했으며, 2024년 8월 퇴사했습니다. 2년 3개월 동안 치열하게 일한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 송금 핀테크 기업의 파트너 오퍼레이션 직무로 이직했습니다.


사실 작년에 있었던 일이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앞으로를 나아가기 위해 퇴사 부검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나 혼자 하는 2년 3개월의 회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지는 글은 실제로 제가 퇴사했던 당시 썼던 내용으로 진정성을 살리고자 평어체로 작성합니다.


0. 왜 왔었는지


패션 산업에 일하고 싶었다. 원래는 패션 MD가 하고 싶었다. 패션이 정말 좋아서 대학교도 편입해서 관련된 패션 연계 전공을 이수할 만큼 진심이었다. 하지만 디자인 전공이 아닌 나로서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직무는 패션 MD였고 자연스럽게 해당 직무를 하려고 했다. 당시 신입으로서 MD로 일할 기회가 없어서 일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입사하게 되었다.


1. 왜 떠나는지


우선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패션 MD가 하고 싶어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핀테크 산업으로 가게 되었다.


첫 번째,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생긴 나의 비전은 "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도구(TOOL)를 만든다."이다. 나의 일하는 미션을 세우게 된 계기는 명확하다. 내가 만든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기획 운영해 성과를 이를 측정하는 프레임워크까지 구축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시스템을 통해 영업팀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핵심 지표를 변화시켰던 경험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러한 일은 모든 팀원이 퇴사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나의 역할이 되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내가 잘하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럭셔리'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사회에 기여하거나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일이 아니어서 아쉬웠고, 그래서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두 번째, 나의 강점과 내적 호기심에 가장 적합한 기업은 핀테크


내가 주로 맡았던 일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운영, 정산, 쿠폰 정책, 이익률 관리 등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 구조를 담당하는 프로젝트였다. 자연스럽게 플랫폼에서 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고, 관련 프로젝트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이러한 경험은 나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더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 핀테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결혼을 준비하며 경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런 환경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이 생겨 학습 동기가 강화됐기 때문에 이직을 선택하게 되었다.


2. 회사에서 배운 것


아무 경험도 없는 나에게 이 회사는 많은 기회를 주었다. 엑셀을 못해 매번 혼나던 내가 퇴사할 때는 손이 가장 빠른 사람이 되었듯, 모든 것이 새로웠고 여러 번 알을 깨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어려운 순간을 극복할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험]


당시 회사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었지만, 내가 속한 팀은 전면 개편된 상태였다. 내가 맡았던 모든 프로젝트는 새롭게 론칭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거나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배워야 할 점과 피해야 할 점을 명확히 습득할 수 있었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단순화를 잘하는 사람]


성과를 내는 사람은 난이도와 파급력이 낮은 단순 반복 업무를 성실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업무를 자동화시키고 난이도가 높고 파급력이 높은 업무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즉 단순화를 잘하는 사람이다. 성실하면서 똑똑한 것도 좋지만 때로는 게으른데 똑똑한 사람이 일을 단순하게 만든다.


[마인드셋]


문제가 발생해도 빠르게 복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스타트업 특성상 시스템이 부족해 크고 작은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빠른 복구 방법과 깡다구를 익혔다. 첫 실수 때는 감정적으로 흔들렸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책임감 있게 대처한다. 점차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웠다.


매일 더 높은 수준의 업무 완결성을 추구하고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됐다. 특히 커머스에서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산, 쿠폰 정책은 실수가 치명적이기에 오류 없이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빠른 학습 속도를 갖게 됐다. 원래 학습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커머스 환경은 속도가 곧 성패를 좌우했다. 모든 프로젝트와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2년을 일하며, 나 역시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스킬셋]


파트너 정산, 다이내믹 프라이싱, 쿠폰 정책, 이익률 등의 수익 데이터를 구조화했던 경험

영업 프로세스 기획 및 운영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방법

대시보드 및 워크플로우 기획하기

마우스 안 쓰고 키보드로 일하기

엑셀 및 스프레드 시트 활용능력


3. 회사에서 아쉬운 점


마지막에는 나 혼자 있었는데 일에 대한 온도가 높은 팀원을 채용해서 더 활발하게 일할 수 있었다면 퇴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게 제일 아쉬운 것 같다.

거래액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신사업은 부진한 면이 있었다.

퇴사율이 높았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나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

대부분 업무가 일방적인 탑다운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나 통로가 없었다.

시장의 변화나 업계 트렌드보다는 자사 비즈니스 논리에만 몰두한 정책과 의사결정이 많았다.


4. 앞으로 계획


거창한 계획은 없다. 다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선 업무적으로는 해외 송금업에 대해서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업무를 빠르게 습득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준비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아내와 아늑한 가정을 꾸리는데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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