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6개월
첫 회사 퇴사 부검을 쓴 지 반년도 안 되었는데 또다시 퇴사 부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2024년 9월에 입사해서 2025년 1월에 퇴사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강렬한 경험이라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퇴사 부검을 해보고자 한다.
첫 회사 퇴사 부검에서 말했지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는 제공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둘째, 나의 강점과 내적 호기심에 가장 적합한 기업은 핀테크라고 판단했다.
이전 퇴사 부검에 자세히 기술하였기에 이번 부분은 빠르게 넘어가겠다.
희망퇴직을 권고받았다. 해외 송금업 특성상 환율이 높아지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송금 수가 감소한다(한국 시장 기준).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고,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송금 건수가 급격히 줄었고,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현금 흐름이 막혔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비용 감축이 불가피했고, 결국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2025년 1월 기준 회사가 존속하려면 전체 인원의 30% 이상을 감원해야 했고, 필수 인력으로 분류되지 못한 나는 희망퇴직 대상이 되었다.
해외 송금업의 기본 개념을 습득하고 관련 결제 영역까지 관심을 확장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핀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기초를 체계적으로 다질 수 있었다. 또한 영향력 있는 플레이들을 파악하면서 시장을 보는 눈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권고사직과는 별개로 직원 복지와 회사 문화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신규 직원이 회사와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된 온보딩 프로세스는 나의 초기 정착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다.
이전 직장 대비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었다. 국가별 송금 서비스 다운타임 트래킹 시스템 개발, 글로벌 파트너 은행 코드 통합·매핑 프로세스 설계, 글로벌 파트너 정산 데이터 검증 자동화 시스템 구축, 아프리카 지역 송금 네트워크 확장 전략 및 실행 로드맵 기획 등의 프로젝트는 팀의 지원 속에서도 내가 중심이 되어 추진했다. 다만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멈추었고, 최종적으로 시스템화까지 완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운영 직무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과 태도를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운영 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된 전문성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그 전문성이 무엇인지는 아직 고민이기는 하다.
퇴직과정이 일방적이었다. 또한 어떤 근거와 평가로 권고사직 대상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1on1 미팅에서 받은 피드백은 "회사가 생존하는 데 필수 인력이 아니다."라는 말뿐이었다. 평가수습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권고사직 대상이 된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국 단순히 근무 기간이 짧지 않아서였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사업 개발 속도가 느리다. 핀테크 특성상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개발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다른 경쟁사 대비 늦은 감이 있었다. 특히 신사업 부분에서는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처럼 느껴졌다. 송금 수수료가 이익에 대부분인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외부 변화에 굉장히 취약하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은 문화가 팽배했다. 업무마다 그레이존이 많았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대부분은 주어진 일만 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선안을 제안해도 대체로 냉담하게 반응했다.
핀테크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예정이다. 내가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었기에,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립의 힘이란, ‘자동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나만의 인사이트가 담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본업에 흔들림 없이 집중하기 위함이다. 나는 늘 일하고 싶어 하고, 일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