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15)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스승의 날이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낸 분들도 많았겠지만, 스승의 날에 기억할 특별한 선생님이나 특별한 학생이 있고, 그런 선생님, 학생들과 오랜만에 연락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더욱 뜻깊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7년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지도교수'가 되었고, 그 해 스승의 날에 첫 '지도학생'으로부터 처음으로 '꽃병'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호주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에 있던 연구원으로서 내 연구를 하는 데 급급하던 때였고, 내가 누군가의 지도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던 시점이었죠.
그러니, 당시에 제가 그 학생의 지도교수를 맡았다는 표현보다는 그 학생이 저에게 와서 나도 지도교수가 될 수 있다고 일깨워 주고, 그렇게 저를 지도교수로 선택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네요. 호주나 유럽에서는 석박사과정에서 주지도교수 이외에 한두 명의 부지도교수를 두는데, 저는 그 학생의 석사과정 중간에 (그것도 처음으로 그 학생의 부지도교수를 맡았던 교수님의 이직으로 인하여) 부지도교수를 맡게 되었던 것이었죠.
그 학생은 호주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스웨덴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 사이 저는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왔고요. 그러니 이제 저와는 아무런 공식적인 관계는 없지만, 여전히 연구 관심을 공유하는 동료로서 꾸준히 연락하며 함께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스승의 날에도 그 학생이 저에게 또 꽃다발을 보냈네요. 돌이켜 보면 제가 그 학생의 공식적인 석사과정 부지도교수였던 기간은 몇 달에 불과한데, 그 짧은 인연으로 6년이 지나도록 스승의 날에 저를 기억하고 챙겨주니 고맙고도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승의 날에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도 선생으로서 좀 더 선생답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