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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후 Jun 04. 2023

Per Davidsson 교수님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제가 페 다빗슨(Per Davidsson) 교수님 존함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저의 박사과정 시절 페 교수님이 저술한 Researching Entrepreneurship [1]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복사해 들고 다니며 읽었습니다. (나중에 페 교수님께 저의 불법복사 사실을 이실직고하고 용서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교수님 이름을 "퍼 데이비슨"이라고 알았는데, 교수님은 스웨덴 출신이시기에 좀 더 정확한 발음이 "페 다빗슨"인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입니다. 


제가 페 교수님께 이메일을 처음 보낸 것은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2012년이었습니다. 창업학 박사학위(PhD in Entrepreneurship)는 받았지만, 당시 국내에서 창업학은 신생 학문이나 다름없었기에, 좀 더 본격적으로 창업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외국에 계시는 창업학 분야 여러 저명한 교수님들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Australian Centre for Entrepreneurship Research (ACE)의 설립자이면서 디렉터인 페 교수님께도 저를 소개하고, 박사후연구원으로서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을 받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은 특히 방학이면 컨퍼런스 참석 등으로 무척 바쁩니다), 언제든 연구소 방문, 체류를 환영한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고, 페 교수님의 그 답장이 그때 받은 가장 호의적인 초청 메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양한 연구자들과 기꺼이 교류하기를 원하시고, 특히 젊은 연구자들에게 친절한 교수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당시 ACE가 여러 펀딩으로 풍족하던 시절이었던 점도 제가 새로운 연구 공동체에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페 교수님이 보낸 초청 메일에 의지해서 저는 이듬해인 2013년에 가족과 함께 브리즈번으로 이주했고, 처음에는 1~2년 정도 연구하고 귀국할 생각이었는데, 그때 시작한 박사후연구원으로서의 여정은 2019년 초에 귀국할 때까지 무려 6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아래 사진은 2019년 2월에 귀국을 앞두고 열린 파티에서 Per 교수님과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호주 브리즈번에 체류하던 6년 동안 수시로 ACE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매년 ACE에서 주최하는 ACE Bootcamp (12월), ACERE 컨퍼런스(2월)에서 창업 연구를 배우고, ACE 지원으로 참석할 수 있었던 BCERC (6월), AoM Annual Meeting (8월) 등에서 저의 연구를 발표하고, 국내외 창업 연구자들과 교류하면서, 제 연구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페 교수님의 애제자인 김지영 씨와 저의 인연도 그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호주에 체류하던 첫 3년 동안 이렇다 할 연구 성과가 없었음에도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꾸준히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페 교수님을 비롯해서 당시 연구소 식구들의 지원과 호의적인 연구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저는 2016년부터 3년간 페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 김지영 씨와의 공동 연구를 포함해서 (지금까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연구할 수 있었고, 연구 성과도 좋았네요.


며칠 전에 기업가정신 연구상(Global Award for Entrepreneurship Research) 시상식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올해의 수상자가 바로 Per Davidsson 교수님입니다 (https://www.e-award.org/award-winners/2023-per-davidsson/). 이 상은 1996년 시작해서 매년 기업가정신/창업학 분야 최고의 연구자에게 수상하고, 상금이 무려 10만 유로(한화로 약 1억 4000만원)이니 이 분야의 '노벨상'과 같은 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페 교수님의 선정 이유는 "영향력 있고 수준 높은 연구에 기여한 선구자이자 기업가 정신 분야의 커뮤니티 구축자로서의 역할"이라고 하는데, 특히 '커뮤니티 구축자(community builder)'라는 표현은 페 교수님에게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페 교수님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1] Davidsson, P. (2004). Researching entrepreneurship. New York: Spr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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