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의 이름을 물으신다면

by 성게를 이로부숴

우리 아빠는 동물을 무척 좋아하셨다.


신혼 초, 아빠는 어느 날 집 앞 슈퍼에서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을 보고는 그중 한 마리를 덥석 데려오셨다고 한다.


아빠는 그 강아지의 이름을 끝내 알려주지 않으셨다. 늘 “허리 긴 개”라고만 부르셨다.






옥탑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아빠는 낮 동안 혼자 있는 엄마가 외로울까 걱정되셨다. 그래서 강아지가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낯선 사람이 오면 짖거나 으르렁대며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거라 생각하셨단다.


하지만 그 강아지는 전혀 기대와 달랐다. 누가 와도 짖지 않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산책에도 흥미가 없었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시켰지만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어느 날,

“개가 좀 멍청하네……”

한마디 하시고는 훈련을 그만두셨단다.


어느 날, 엄마와 아빠는 조금 더 큰 옥탑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친구들이 리어카를 끌고 와 도와주었고, 짐을 하나씩 싣어 나르는 동안 아빠는 당연히 허리 긴 개가 옆에서 총총총 걸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럼 타봐라."


결국 리어카 한쪽에 자리를 만들어 강아지를 태우고 이삿짐과 함께 끌고 가기 시작했는데, 얼마 못 가 리어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근데, 이 녀석이 멀미를 한 거야.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무슨 그런 개가 다 있어? 하여튼 그 허리 긴 개는 정말 희한한 놈이었어.”


아빠는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웃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이 허리 긴 개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름도 어쩜 "허리 긴 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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