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극장, 초대장

Meet Perry There | 8.

by 성게를 이로부숴

순간적으로 종이를 손바닥 사이에 넣고 구겨버렸다.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게 왜?”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이 종이는 분명 카페 파블로의 그녀가 준 것이었다. 1층 홀을 정신없이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랐다. 사람들로 가득 찬 홀은 먹고 마시는 열기로 가득했다. 뜨거운 초록 면의 열기로 터질 것 같은 공기. 나는 그녀를 찾지 못했다. 여기저기에서 마루가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소란한 굴처럼 깊고 어두운 목조 식당 끝에서 뛰어나왔다.


“뭐해요?”


로키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붙잡았다. 꽉 쥔 주먹 속에 무언가 있음을 눈치챈 로키가 손을 뻗었다.


“장난은 그만해.”


나는 페리에게 걸어가 구겨진 종이쪽지를 테이블 위에 내 던졌다.


“바로 이거야. 너희 둘.”


페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테이블 위에서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종이를 보고 있었다.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아무 말도 없이 잠잠했다. 그 종이는 포르토에서 보았던 검은 노트처럼 스스로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


레스토랑 점원은 종이쪽지를 한 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게임을 하는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아마 젊은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상한 짓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커다란 딸기 덩어리가 들어간 빨간 시럽을 잔뜩 뿌린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았다. 나는 혹시 그가 쪽지를 가져가진 않을까 다시 집어 들었다. 로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게 뭡니까?”


“넌 이게 뭔 지 모른 단 말인데.”


나는 수수께끼를 내 그 둘을 시험하고 싶었다.


“누군가 유치한 장난을 치고 있어. 수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식당에서 맥주 몇 잔을 마시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일부러 별 일 아닌 척 쪽지를 구겨 던졌다.


“마술극장. 책 안 봤습니까?”


로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녀석은 ‘마술극장’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페리는 그저 아이스크림을 떴다.


“모른 척하지 마. 너 말이야. 아직도 하고 있지?”


“진작에 끝났잖아. 그때 그렇게 뒤집어 놓은 이후로 말이야.”


고압적인 로키의 목소리에도 페리는 침착했다. 둘의 대화로 보아 내가 모르는 무언 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 쪽지 얘기야?”


“쪽지 얘기가 아닙니다.”


로키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장난을 치는 놈이 너야? 페리야? 아니면 둘 다?”


페리는 그저 아이스크림을 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로키는 페리에게 화를 냈다.


“저 녀석에게 물어봤자 아무 소용없습니다. 원래 저런 식입니다. 아무 말도 안 할 겁니다.”


로키가 외투를 들고 일어섰다.


“작년 12월 말. 포르토에 왔었어?”


로키에게 물었다. 녀석은 대답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 나는 로키를 붙잡았다.


“그 책이랑, 이야기들 전부 거짓말이지? 그림자 말이야.”


“네오페디아에 대해 물어보세요. 아마 아무 말도 않겠지만. 이 자식은 저 얼굴 말고는 다른 어떤 감정도 동요도 없어요. 누가 눈앞에서 죽어가도.”


로키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돌 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더니 가로등 밑에 멈춰서 소리를 질렀다.


“여행이나 잘 마치고 돌아가란 말입니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마음 편하게 돌아가면 됩니다. 부디 아직 돌아갈 곳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 어디에도 페리가 없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입구에 처 둔 커튼을 걷어 젖혔다. 페리는 커튼 뒤에 서 있었다.


“다들 계산도 안 하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합니까? 쪽지는 여기 있어요.”


페리가 손가락 사이에 낀 쪽지를 허공에 흔들었다. 페리는 슬퍼 보였다. 입고 있는 회색코트가 비에 젖어 담벼락 그림자 속에 묻혀버릴 것 같았다.


“아침에 카페 파블로에 갔었습니다. 카페 유리 전면에는 검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느닷없이 이상한 쪽지를 내게 보여 줬어요. 이것과 똑같은 종이였는데 ‘마술 극장, 미친 사람만 입장 가능, 알자스와 노르테 포도주와 날고기….’ 같은 게 적혀 있었고요.”


“이리가 두렵습니까?”


페리가 물었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다 오래된 괴담입니다. 도시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누가 겪든 별 상관없는 이야기 말입니다. 저는 저 쪽이에요. 그럼.”


페리는 캄캄한 도시 외곽 숲길을 가리켰다. 반대쪽 길 끝으로 서둘러 걸어가 보았지만 로키는 이미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페리 역시 반대편 길 끝에서 사라졌다. 허탈한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여행의 이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작가의 말 :

누구에게 어떤 초대를 받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일까요? 어떤 초대장을 받느냐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초대에 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초대받은 사람에게 달린 거니까요.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