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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Apr 23. 2024

가장 알려지지 않을 시

어떨 땐 가장 소수를 위한 글을 쓰고 싶다.
아니, 단지 너만이 알아볼 시를 적고 싶다.

사람들이 날
시인이라 함에
한껏 기뻐진 참에,

큰 욕심부려 유명 시인이 아닌
가장 보통의 시인이 되고 싶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을 시인이 되어
가장 알려지지 않을 시를 적어서

오직 너만이
내 기역니은디귿을
알아보기를 바란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읽었으나,
너의 눈빛에 닿아야만
빛날 그런 시를 짓고 싶다.

새벽녘 쌀 한 컵반 씻어 얹히고
매운 양파 옆, 노란 계란물이
날 보고 윙크해,

깜짝 놀라
뜨거운 냄비에 덴 내 손가락이
부지런히 바삐 움직여
타버린 내 살가죽이
너의 작고 소중한 숨결에
닿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커서
내 시를 읽을
널 기다린다.

아니, 내 시를 읽고
'에이 재미없어,
나가서 놀래'
라고 말할 널 기다린다.

그러면서도 먼 훗날
네가 아주 고달플 때
나의 가장
알려지지 않을 시를 읽고서
살아갈 용기와
살아있음에 감사를 느끼길 바란다.

오늘도 널 위한 시를 적으며,

나의 가장 알려지지 않을 시가
너의 눈빛이 닿는 순간
부디 내 모든 글자들이 빛이 나
너의 영혼을 따스히 감싸 안길 바란다, 

네가 내게 와  영혼을 가장 따스하게 감싸 안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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