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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13. 2024

도시 음악회

음음! 도레미.

어찌 됐든 내 목소린 내 목소리니까!

아스팔트 숲 속 흩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서,

목을 가다듬어 짹짹, 짹짹, 새벽의 음을 내본다.


빵빵! 도레미.

내 목을 축여주는 착한 내 친구,

하수구 소리도 어쨌든 소리니까!

썽이 잔뜩 난 지프차가 부우웅 달리고서,

하수구 녀석도 목을 가다듬어, 졸졸, 출근길의 음을 내본다.


높은 건물 사이를 휘돌며

하프처럼 울리는 바람,

그 사이로 스며드는 창백하고 피곤해진 빛 아래,

각자의 영역에서 흔들리는 음표들이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짙은 밤,

알람시계의 잠깐의 침묵 속에서,

깊은 숨을 도로롱 내쉬는 도시,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의 무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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