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가끔, 내가 왜 시를 적는가를 되돌아본다.
보기엔 손끝으로 적는 것 같은데, 온몸이 부서진 다음 그 조각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아지는 느낌이다.
고통스럽게 적힐수록, 길이는 길고, 시 같지 않은 시답잖은 시들이 쓰여진다.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간혹, 쓸데없이 이해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시인으로서는, 별로 관심 없어할 만한 것들에 마구 신경이 쓰인다.
아마도, 매미가 나타나 나를 꾸짖는 탓이다.
검열장치가 작동되는 탓이다.
(그게 나라고 탓하는 거니?)
아, 탓한다기보다는, 그런 과정 속에서 뭔가가 태어난다는 거지.
간단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너도 잘 알다시피, 언제나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책과 글을 대하는데
그럴수록, 내 서랍엔 미발표작들만 쌓여 가거든.
더 큰 타이틀을 따면 내 빛바랜 글들이 빛날까 싶어서, 그런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봤자, 내 글들이 그렇지 않을 거란 것도 잘 아니까 그냥 포기하고 마는 거지.
(이 하얀 종이는 내 땅이야!!)
맞아, 네 땅이야.
그래서 난 무중력을 꿈꾸지.
벗어나고 싶어. 이 종이에서, 너의 땅에서.
[무중력의 꿈]
경고: 중력과 감전
[케이블 매설구역]
(거기서부터는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어)
(조심하세요,)
(거기서부터 진짜 이야기니까요)
나무 아래
소녀가 있어요, 발끝 들썩
공중에 떠오른
티끌이 빛 속에서 춤춰요
(당신도 볼 수 있나요?)
그 반짝임을 잡으려 애써요
하지만, 아쉽게도
반짝임은 손끝에서 미끄러져 흩어지죠
"잡히지 않아!"
소녀가 속삭여요, 눈물로
매미가 나타나요
"뭘 잡으려 하는데?"
나무에 붙어서 비웃어요
소녀는 대답하지 않아요
눈은 여전히 빛을 쫓고
중력은 그녀를 묶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은 하늘로 날아가요
(무중력의 꿈을 꾼 적 있나요?)
잎사귀와 별들이 손에 닿는 그런 꿈을요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 그런 꿈을요
소녀가 물어요, "무중력이라면?"
매미가 대답해요, "모든 것이 흩어질걸?"
소녀의 눈이 커져요
"모든 것이 사라질까?"
나무가 낄낄대며 말해요
"무중력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롭지
하지만 붙잡으려 하면 그 자유는 증발해"
소녀는 큰 눈을 껌벅거리며
자유와 소유 사이에서
갈등에 빠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바람이 불어와 소녀의 머리카락을 흩뜨려요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아요
"이 순간을 잡을래
중력이고 뭐고 상관없어"
나무가 고개를 끄덕여요
"좋은 선택이야"
그 자리에서 소녀와 나무는
무중력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유와 속박을 동시에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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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매설구역]
중력에 반하는 매미가 변태 했어요.
그리고 소녀에게 의뭉스럽게 다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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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다시 나타나
"이제 어쩔래?"
소녀는 웃으며 대답해요
"이 순간을 잡을래"
매미는 침을 뱉어요
그 침은 중력에 반해 입천장에 달라붙어요
"가래침, 더럽잖아?
어쩌면, 중력도
더러운 건 싫었는지도 몰라."
"이것은 무중력의 시"
(느껴지나요?)
이 순간의 무중력 시를
그들은 함께 나눠요
(ㅋ ㅡ ㅑ, 퉤, ㅋ)
(아름다운 것만 말할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