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이 Jun 12. 2024

자연의 일부

나체를 위하여

이른 새벽, 어슴푸레한 푸른빛이 감도는 숲 속에서 참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매끄러운 피부 위로는 두껍고 촘촘한 비늘과 털이 덮여 있었다. 참치는 비늘을 한 번 털며 햇빛의 따스함을 비늘 사이에 보관했다. 옷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인류는 자연의 일부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견고한 신체를 갖게 되었다.     


대신에 참치 부족은 부끄러움을 감내해야만 했고, 좀 더 뻔뻔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비늘 사이에 털을 만들어 추운 겨울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여린 피부는 털과 비늘로 보호받아 날카로운 물체에도 쉽게 상처를 입지 않았다. 이는 수천 년에 걸친 진화와 적응의 결과였다.     


참치 부족이 사는 숲 속에서는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참치는 부족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오늘의 사냥을 준비했다. 어린 참치는 그날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나섰다. 몸은 떨렸지만, 마음은 굳게 결심했다. 아버지는 참치에게 사냥의 기초를 가르쳐 주었고, 그날 첫 번째 사냥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때 느꼈던 자부심과 부족의 환호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오늘날 참치가 부족의 리더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사냥은 참치 부족의 일상 중에서 가장 중요했다. 짐승의 털을 모아 보금자리를 더 따뜻하게 만들들기 위해서였다. 옷은 없지만, 자연에서 얻은 자원으로 몸을 보호하는 지혜를 발달시킨 것이었다.  

   

참치는 나무 가지를 뚫고 나가 친구인 솔비를 불렀다. 솔비는 손쉽게 나무를 타고 내려와 참치 옆에 섰다. 둘은 서로의 비늘을 닦아주며 사냥 준비를 끝냈다. "오늘은 큰 고래를 잡을 수 있을까?" 솔비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참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날카로운 비늘을 매만졌다.     


잠시 후, 참치와 솔비는 큰 고래를 발견했다. 솔비는 고래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참치의 믿음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할 수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솔비는 마음을 다잡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고래는 물 바깥으로 뛰어오르며 춤을 추다가 그들을 바라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참치와 솔비의 몸이 자연에 너무나도 잘 융화되어 있어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침내 참치의 날카로운 비늘이 고래를 맞췄다. 고래는 픽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바닷물 위로 동동 떠올랐다.     




사냥에 성공한 기쁨을 느꼈으나, 솔비가 물었다.

 "고래의 기름으로 털을 윤기 나게 닦을 수는 있지만, 남은 고래 고기는 어떡하지?"     


참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우리가 고래 고기를 다 먹을 수는 없어. 하지만 부족 전체가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을 거야. 또한 고래의 뼈와 가죽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 우리가 옷은 입지 않지만, 자연의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     


솔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우리 부족이 힘을 합치면 이 고래의 모든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거야."     




참치와 솔비는 고래를 끌고 부족으로 돌아갔다. 부족은 이들을 환영하며 축하했다. 고래의 기름으로 털을 윤기 나게 닦으며, 고래 고기를 나누어 먹고, 뼈와 가죽으로 여러 가지 유용한 도구를 만들었다. 이 세상에서 옷이 없다는 것은 약함이 아닌 강함을 의미했다.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그들은 어떤 외부의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본능과 지혜로 살아가며, 서로를 지키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     


참치는 부족의 환호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의 야생은 곧 자유였다. 그들은 옷을 입지 않고도 자연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왔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서로의 삶을 지켜나갔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참치 부족은 불을 피워 고래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고기의 향이 숲 속에 퍼지며 모든 이들이 즐거워했다. 참치는 불 옆에 앉아 따뜻함을 느끼며 이 순간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겼다.     




그날 밤, 참치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거대한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모든 생명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았다. 그 꿈은 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 날 아침, 참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우리 부족이 이렇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 우리는 앞으로도 자연을 존중하며 살아가야 해."     


솔비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 참치.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어.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는 한, 자연도 우리를 지켜줄 거야."     



참치 부족은 그날 이후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전통을 이어갔다. 그들은 옷 없이도 강하고 견고한 몸으로,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삶을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따뜻함과 연대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남아있었다.







이 짧은 소설은 오늘 Bono 작가님의 글 <살아있다, 우리는>에서 아기 기후소송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고 쓴 글입니다. Bono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서 출근길에 입을 옷을 고르는데, 옷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옷이 많다는 것이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나체를 위하여 글을 썼습니다.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리가 가진 옷의 수많은 선택지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이 소설은 그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참치 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 소설을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환경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력 할 다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