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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진 Oct 29. 2022

프롤로그

집,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

어느 날 우연히


어느 날 우연히 2분 남짓 짧은 팝(pop)을 듣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House, I used to call home’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기 전, 집을 추억하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노래의 몇 구절이 가슴에 남아 전체 가사를 찾아보았죠. 그리고 바로 「집,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곁 평범한 사람들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일까. 너무 궁금했더랬죠. 집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몸을 뒤집고, 첫걸음을 떼며 뛰기 시작했을 겁니다. 무엇이 그리 신기했을까요. 단지 몸을 뒤집었을 뿐인데 엄마와 아빠는 환호성을 지르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겠지요.


돌아보니 모든 것이 추억일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집은 상처의 공간이었을 테죠. 엄마와 아빠의 이별을 목격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고, 형제끼리 갈등의 골이 깊어져 원수가 된 공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학대나 추행을 당한 공간이었을 수도 있고요.


환호성의 공간이든, 상처의 공간이든 집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공간입니다.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바로 집이고, 슬픈 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곳도 집이죠. 밖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면 우리는 체면을 지키느라 기쁜 소식을 듣고도 껑충껑충 뛰며 기뻐하지 못하고, 슬픈 소식을 듣고도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지 못합니다. 그러나 집에서는 가능했고, 집에서는 진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를 묵묵히 지켜본 집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입니다.


열 편의 집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볼품없는 글솜씨라 각화 주인공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지 기대보다 걱정이 큽니다. 어떤 주인공의 인터뷰는 각색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매화 각색을 적지 않게 했습니다. 각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들려준 이야기가 극(劇) 보다 더 극적이었기 때문이죠. 개인정보나 사생활의 영역을 보호할 필요도 있었고요. 그래도 전반적인 플롯(plot)은 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관해 물었는데, 주인공들은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죠. 그 정도가 조금씩 달라서 이야기에 따라 집 자체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글도 있고,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진 글도 있답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관계가 형성되는 곳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Special Thanks To...


무엇보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극화에 동의해주신 주인공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 글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아픈 사연조차도 담담하게 묘사해준 용기로 인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매화 예쁜 삽화를 그려준 하나 씨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까다로운 발주처(?)를 만나 기한 내에 한 편씩 그려주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집,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은 안성의 동네 책방인 다즐링북스에서 2021년 진행한 '다북 글방'에 제가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합평하는 모임이었는데, 저는 총 다섯 편의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집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이를 토대로 글을 쓴 것이지요. 이 합평의 멘토는 김현영 작가님이셨습니다. 부족한 글을 매주 읽으시고 전해주신 조언은 다섯 편 이후, 또 다른 다섯 편을 쓸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앞선 다섯 편의 질이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음은 물론이고요. 작가님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북 글방 1기’의 멤버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영님, 인선님, 대한님, 선화님 그리고 여름님의 조언은 김현영 작가님의 조언과 함께 제 글을 완성하는데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합평’을 처음 해 본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즐링북스의 홍지영 사장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와중에 글방 회원으로도 모범을 보이셔서 글까지 쓰시느라 엄청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시민이 함께 책방에 모여 글 쓰며 토론하는 장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생 정말 많으셨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집이란 무엇일까?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우리의 마음 밭을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었기를,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소망하며 이야기를 엽니다.


글 쓰는 동안 많이 울었고, 운만큼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누군가의 집, 행복과 슬픔이 얽힌 우리 모두의 공간, 그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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