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의 수학 극복기
수학.
그 이름만 들어도 참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재다.
학창시절 내게 수학은 정말 사이가 좋지 않고 언제나 나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이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도저히 접근법을 모르겠고 대체 정의를 배워서 어디에 써먹고,
공식은 언제 문제에 대입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인생을 살면서 ‘수학’이라는 과목은 한번쯤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꿈에서도 수학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거나 –현실에서 못 푸는 수학은 꿈에서도 안 풀렸다 –
수학 한 번 잘해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더니 내게 수학에 대한 획기적인 공부법을 가르쳐 주실 은사님께 직접적으로 수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은사님께서는 첫만남에 간단히 면담을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상황을 보니 수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당히 자신감이 위축된 상태구나. 그리고 본인 스스로 수리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물론 숫자에 정말 센스를 타고난 사람들도 있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센스가 없는 사람들도 1등급을 못 받는 건 아니다. 네 경우는 지금까지 수학에서 60점 이상도 받아본 적 없다고 하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수능에서 ‘2등급’ 받는 걸 목표로 공부해보자.”
그때 당시 그 목표도 진짜 높다고 생각했었다.
내신도 아니고 수능에서 2등급??
내신에서도 단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점수라 상상도 되지 않았다. 고수님께서는 결과를 나중에 직접 보라고 하셨다.
지금도 고수님께서 내게 해 주신 말씀이 기억에 새록새록 남아있다.
“숫자에 대한 감이 없다고 너무 위축될 필요 없다. 그건 산술을 잘하는 거지, ‘수학’을 잘하는 것과 또 다른 거란다. 네게는 ‘생각할 줄 아는 힘’이 있잖니. 수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것과 더 가깝단다.”
그 말씀을 모든 상황이 다 끝나고 나서,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수학을 비롯한 모든 기초 학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 정말 수많은 수학선생님께 수학을 배웠다.
물론 못 가르치는 분들은 없었다.
수업을 받지만 못 따라가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수업을 들으면 다 알 것 같은데 내가 직접 풀어야 할 때 그게 문제였던 것이다.
‘왜 선생님들은 이 문제에서 그 공식을 바로 쓸 수 있는 거지? 대체 왜??
문제 어디에도 그런 게 보이지 않는데…. 설마 다 외우고 계신 건가?’
고수님께 위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그분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대체 그 문제 어떻게 풀었냐고 물어보면 그냥 문제를 보면 다 알겠다고 하지?”
“네.”
“그거란다.”
“네?”
“진짜로 문제 안에 어떤 단원의 어떤 정의를 쓰고, 어떤 공식을 쓰면 되는지 다 담겨 있단다.”
“??!!!”
내가 받은 충격은 거기서였다. 그분께서는 수학문제를 풀 때 어떤 공식을 언제 써야 하는 지 외워야 한다고 하신 게 아니라 ‘정의’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수학은 언어다. 그리고 약속이다.’
항상 들었던 진부한 말이지만 그래서 그게 어쩌라고 싶었는데 그 말씀에 진짜 뒤가 얼얼한 충격이 느껴졌었다. 그 생경한 느낌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래, 인문학과 지망한다고 했지? 앞으로 수학을 공부하면서 네가 같이 할게 있다. 철학과 각 단원에 해당하는 수학사를 공부해보렴. 그럼 알게 될 게다.”
수능 공부하면서 수학사를 병행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믿기지 않겠지만 그건 꽤 효과가 좋았다.
물론 나는 진짜 다급하게 응급치료 겸 하게 된 거지만 이왕 할 거면 수학 공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해당 단원을 배울 때부터 차근차근 수학사를 곁들여 공부하는 걸 매우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