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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leesia Sep 05. 2018

무지보다 독한 무관심

[녹색 소통 #2] 기후변화와 생명 1 - 개론

 마치 경쟁할만한 다른 행성이라도 찾은 듯, 지구라는 우리의 행성은 급히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급변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은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난화를 대표적인 징후로 갖는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인류뿐 아니라 공생하는 모든 생물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있지만, 위와 같이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글에서 보이리라.) 중요한 것은, 생활 방식이나 좁은 의미로서의 주위 환경의 변화를 넘어 생사에 그 영향력이 닿는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중 가장 가시적인 지표는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다. 지난 2003년 유럽에서 여름철 이상고온으로 35,000여 명의 사망에 대해 영향을 미쳤다. 같은 해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는 1월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10℃ 낮아지는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해 1,000여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6월에는 인도에서 40℃가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탈수증과 열사병으로 1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999년의 113일이었던 폭염 일수가 2000년 이후 122일로 증가한 것은 온난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피해들이 더욱 빈번해질 것을 보여준다.

2003, European heat wave, wikipedia commons.

 

 기온은 수문순환(기권(氣圈) · 암권(岩圈) · 수권(水圈)에서 일어나는 물의 이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구의 온난화는 수문순환 과정에 변화를 야기했고 그 영향은 홍수를 대표로 하는 수해의 정도에도 미쳤다. 홍수의 경우 일차적으로 익사나 외상에 의한 사망 또는 상해를 입는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홍수 피해를 입은 후 발생하는 이차적인 피해이다. 상하수도 체계의 손실은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고 농업/산업 지역에 사용되는 미생물과 화학물질이 생활용수에 노출이 되면 수질 환경 오염원이 되기도 한다.

Hydrologic cycle, wikipedia commons.


 초문에서 말했듯이,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중 식생환경의 변화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단을 바꿀 수 있다.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이해하기를 바라며 예를 들자면,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콩과 옥수수의 주요 생산지의 평균 생산량이 각각 25%, 7% 감소하게 된다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본래 나지 않던 열대 과일이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사과, 귤의 재배지도 매년 3~5km씩 북진 중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농민들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육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바다에서는 한류성 어종이 살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한류성 어종이 점점 북상하고 옥돔, 참다랑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얘기할 때 쉽게 간과되는 기후요소인 좁은 의미의 '대기'는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많은 생리학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무분별한 에너지의 사용이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대기환경이다. 이슈화된 온난화에 다소 가려져 예민하게 인식되지 못했던 대기환경 변화 역시 생명과 직결되는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황사, 자동차의 매연,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분진 등은 평소에도 우리 주변에 상주하였지만,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농도, 잦아진 빈도로 인해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었던(때로는, 정치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세먼지도 그와 같다.

 전 세계적인 기온의 변화는, 앞에서 보았던 수문순환과 같이 바람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극해의 줄어든 얼음 면적으로 인해 높아진 기온은 북극과 북동아시아 사이의 기압 배치를 교란시켰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국소적으로 '대기정체'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바람의 흐름이 정체되어 앞에서 말한 문젯거리들이 함께 정체하게 되어 고농도가 된 것이다.

 이 문젯거리들이 사람의 건강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이유는 오염 물질의 크기가 우리의 코와 기관지에서 거를 수 없는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입자는 큰 표면적으로 인해 중금속을 표면에 부착한 채로 우리의 기관지로 침투할 수 있다.

2006, Dust Storm in Beijing, wikipedia commons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채택,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등으로 시작하여 2015년 신기후체제의 기반이 되는 파리협정 채택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완벽한 성공은 얻기 어려웠다. 그에 대한 많은 이유들 중 '개인 의식의 부족'은 가장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점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와 같은 다량의 분석과 과학적 증거들이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노출성이 높은 일부 사건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지각되고 있고 개인에게 직접 피해로 다가오는 경우에나 문제를 해결하자는 여론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생명이, 또 나와 내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임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당장을 위해 (전통)에너지를 ‘부족함 없이’ 쓰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우리 삶 속에 남아있다는 것이 이제는 우리의 ‘부족함’으로 다가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의도를 촉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위험의 지각이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다량의 분석과 과학적 증거들이 있음에도 '개인 의식 부족'이 지속적으로 주요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이유는, 그 자료들에 대한 신뢰성이나 양질의 문제이기 보단, 그 이야기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달하는 '매체'가 어떠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일례로 영화로도 제작된 앨 고어의 소설 ‘불편한 진실’이나 사진작가 커스틴 랑엔베거가 촬영한 스발바드의 앙상한 북극곰 사진은 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넘어 대응행동들을 유발하는데 충분하였다.


 필자는 이 개론을 시작으로 그러한 매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글을 발행해보려 한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생명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와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요소, 사회과학적인 결과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풀어 놓으려 한다. '기후변화와 생명' 시리즈를 통하여 자신도 모르게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보다 더 독한 '알고 있으나 관심 갖지 않는' 마음들이 조금씩 변화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1. 허보영, 심재현, 최우정. (2009). 세계의 주요 폭염피해. 물과 미래 Vol. 42, No 5, 국립방재연구소.

2. Suzanne K. Redfern, Nadine Azzu and Jesie S. Binamira. 2009. Rice in Southeast Asia: facing risks and vulnerabilities to respond to climate change. BUILDING RESILIENCE FOR ADAPTATION TO CLIMATE CHANGE IN THE AGRICULTURE SECTOR.

3. 2016, 온난화가 바꾼 물고기 지도,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4. 조일형, 주희진, 권기헌. (2013). 서울시 대기오염물질이 환경성 질환자 증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서울도시연구, 14(2).

5. 2014, AR5 Synthesis Report, IPCC.

6. 박영미, 김지우, 이은창. (2017). 기후변화와 생명, Young Voice 기고문, The Climate Times.이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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