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i et Moi
Aug 15. 2021
"꽥꽥이 아니라 꽉꽉 운다고 놀림받고, 못생겼다고 놀림받아요. 한 대 얻어터질까.. 늘 조마조마해요. 낯선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왜지? 의심부터 들고.. 무슨 말을 할까 걱정되고.. 긴장되고.. 뭐. 괴롭히는 애들이 나쁜 애들은 아닌데 저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친구관계는 망했고.. 혼자 있는 게 차라리 편해요. "
"주변에 자신이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 것 같니?"
"하찮고 만만하게요.", "하찮고 만만하게 취급받죠..." "전 찐따 취급을 당하니까, 다수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게 더 객관적인 거 아닌가요? 그러니 전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묘사한 경험들은 몽땅 놀림 덩어리에 못난이이다. 수치심으로 범벅이 되어 이제는 당연시되어버린, 발악해봤자 다시 돌아오는 건 더 날카로워질 비수일 뿐.. 가만히 조용히 찌그려져 지내거나, 어떻게든 아무 일 없이 고이 지나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만다.
비추어지는 자신을, 존재를 늘 그렇게 의식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뭐라 말이 차마 내뱉어지지 않았다. 말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저 잠시 침묵하며 가슴이 먹먹하게 쓰려오는 감정을 애써 눌러야 했다.
자신을 향해 차갑게 찌르는 눈초리 속에서 분노, 두려움, 불안, 얼마나 갖가지의 많은 감정들을 느끼다가 꺾이고 꺾여 우장창....깨어지고 부스어졌을 마음때문에... 참담하고 암담한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말았을까.. 뭉탱이로 마음들이 섞여서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맘을 가지고.. 도대체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나가고 있는 걸까?
"전 멘탈이 물렁해요. 오뎅 국물 봉다리 같아요. 뜨거워서 위험하고, 앗 뜨거워! 하곤 하죠. 뜨거울 때는 무언가 잘못했을 때, 상태가 안 좋을 때 느끼고는 해요."
이쑤시개로 콕 찌르면 터져버릴 비닐 봉다리에 담긴..오뎅 국물.... 주무르면 주물러지는 대로 모양이 변하는 물컹 덩어리.. 자기 멘탈에 스스로가 데이고 마는.. 이렇게 멘탈이 자신을 헤치고, 물컹해질 정도로 삶의 전반을 미운 오리 새끼로 살아가고 있다. 마음속 뿌리 깊게 열등하고 못난 존재로 자기를 부정하고 비난하고 비하하는 몹쓸 버릇이 만성화된 습관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늘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너를 해방시키렴!"
"지금 상황이 거지 같다고 계속 거지 같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런데 난 지금 거지인데, 난 부자다 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요? ", "그런 이상한 정신승리를 하라는 거예요!!! 더 이상해요. 난 찐따로 미운 놈으로 항상 취급받아왔는걸요. 미운 놈인걸 어떡하라고요. 어떡하라는 거예요? "
"못난이 취급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내맡기기보다는 너를 멸시하고 모욕하는 그곳에서 당장 떠나렴. 거기서 애써 방어하느라, 그리고 되려 그런 취급을 받는 자신을 자책하고 비하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찮은 취급에 끄달리지 말고, 못났다고 말하는 말들에 휘말려 들어가지 말고, 흘려보내고, 놓아 보내고... 결국은 집을 나가버린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렴. 진짜 삶을 살아가렴. 벗어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위험이 펼쳐져도.. 끝내 백조임을 깨닫는 날이 올 테니까 말이야" 이렇게 응원해보지만 마지막 대화였으니... 조금이나마 응원이 맘에 닿았기를 소망하며... 존재전환의 씨앗이 심어졌기를 희망한다.
결코 떠나지 못한 채로 평생 오리 마을에 머무는 미운 오리 새끼를 상상해보적 있는가? 오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쓸지, 아님.. 못난 겉모습을 치장할지, 아니면 맘을 닫고 고립되어 홀로 지낼지.. 혹은 끊임없이 불안한 채로 오리로서 인정과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지낼지, 오리랑 맞장을 뜨게될지! 무엇을 상상하든 요즘 세상사와 딱 맞는 그 어떤 통속적 시나리오가 다 가능하다. 그러니, 그저 도무지 견딜 수 없어 마을을 휙 하고 떠나버린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정말 우리 네 삶에서는 오리 마을에 머무는 것과 오리 마을을 떠나는 그 기로에서 몇이나 해방의 길로 향할까? 사실 자신도 모르게 백조가 아닌, 그저 미운 오리 새끼의 삶을 살아가기로 택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다. 장차 수면 위에 비칠 자신의 눈으로 목격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대신해, 오리들의 눈에 미친 자신을 진짜라고 믿어버리고 마는, 무궁무진한 자신을 가둬버리고 마는... 끝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라는 본모습을 잊은 채 오리마을에서 잘 정착해도 위태로운 현실을 살아가게 될 텐데... 자기 자신을 알아서 얻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만큼 값진 성공은 없다고 전하고 싶다. 그러니 초라한 현실을 믿지말고 자기 자신이 백조임을 믿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