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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식 Sep 03. 2018

21. 마음의 도구

비계는 아동의 근접발달영역이 커나가도록 교사가 제공하는 암시나 도움이나 자극이나 전략을 말하며 근접발달영역은 아동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과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영역을 의미한다. 

––비고츠키.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발하여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많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예를 들어 지난 20년간 미국 보건복지국에서 마약예방 교육을 위해 관리했던 프로그램이 무려 718가지나 되지만 이 중에 겨우 41가지 만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사회문제화되어 버린 고등학교 중퇴율을 낮추기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도입되었는데 그 중 널리 시행된 프로그램이 16가지 정도 되었지만 단 한 가지만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학자와 관료들이 설계하고 수많은 교사들이 진행하는 이 모든 프로그램이 그저 예산낭비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좋은 의도와 많은 예산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기대되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이렇게 드물다. 인간, 특히나 아동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작업은 이렇게나 어렵다. 

그런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라고 판단되는 통계 수치는 매우 낮다. 어떤 프로그램이 100명 중 4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으면 괜찮은 개입이라고 평하며, 100명 가운데 15명 가량의 아동에게 효과가 있으면 훌륭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듯,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일정한 기간에 엄청난 예산과 상당한 전문인력이 투입되었다면 그 프로그램을 이수한 절반 가량 혹은 적어도 1/3이나 1/4의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과 습관을 바꾸거나 영향을 끼치는 일이 실제의 세상에서 일어난다면 사기이거나 통계상의 실수이거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유치원 프로그램인 ‘마음의 도구’가 그러한 사례였다. 일반적인 유치원 프로그램을 이수한 아동에 비해 마음의 도구 출신 아동들은 2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수학이나 과학이나 언어 능력과 학교 적응 능력 등의 전반적인 삶의 기술을 보아도 차이가 통상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오히려 관료들은 이 결과를 신뢰하지 않기도 한다. 일반 유치원 이수 아동들이 절반 정도만 통과하는 시험에서 마음의 도구 이수 아동들은 2배 가까운 90%의 통과율을 보인다. 

이러한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은 90년대 비고츠키 연구자인 엘레나 보드로바와 데보라 룡 2인이 함께 만들어 내었다. 유네스코는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을 극도로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한다. 본서에서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놀이생태계의 최적화 사례로서 예시하기 위해서이며 인위적으로 조성된 놀이생태계가 놀이와 학습의 관계에서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만들었는지 예시하기 위해서이다. 놀랍게도 마음의 도구는 교사를 훈련할 뿐 별다른 기자재나 특별한 준비물이 없다. 2년의 마음의 도구 교사 훈련 과정은 가장놀이에 특화된 플레이리더를 육성하는데 집중한다. 차후에 살펴볼 play bout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는지가 마음의 교육 프로그램의 관건이다.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에서는 성숙하고 의도적인 가장놀이(역할놀이)를 통해 자기행동의 책임을 지는 자기규제 능력의 기초를 닦는다. 인지적 행동에서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행동으로 변형된다. 자기행동의 주인, 충동 조절 능력, 자기규제self-regulation,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같은 학업을 계속해나가는 능력이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에서 놀이를 통해 길러진다. 놀이, 특히나 가장놀이를 통해 어린 아동은 좀더 성숙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고 좀더 성숙한 정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익히게 된다. 아이들은 또한 만족을 뒤로 미루고 참는 법을 익히면서 다른 아이들이 놀이 중 에 역할을 제대로 해내게끔 감독하기도 한다. 

전자매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거움을 얻을 때보다 훨씬 창의적인 이야기와 생각을 스스로 이끌어 내야만 놀이가 가능하다. 이러한 놀이 실행 기술을 익힌 아이들은 더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선배play mentor역할을 하면서 더욱 유익한 점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규칙을 지닌 보드게임도 성숙한 가장놀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어른과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놀이계획안을 학생들이 작성하고 그 것을 교사가 도운 다음 놀이 과정에서 교사는 계획안을 환기시키면서 play bout을 늘이는 방법을 사용하는 점이다. 다음은 마음의 도구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놀이 지침이다.

[1] 

1. TV를 꺼라. TV때문에 아동들끼리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연령대가 서로 다른 아이들끼리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나이 많은 아이가 놀이선배play mentor 역할을 하면서 서로가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3. 나무 블럭이나 낡은 옷 같이 상상력이 요구되는 놀잇감이 좋다. 

4. 놀이 주제를 어디서든 찾아라. 예를 들어 일상에서는 생일파티, 쇼핑, 빵집 개점일, 애완동물 돌보기, 자전거 가게, 자동차 수리점 등등이 있으며 책에서 피터 레빗이나 골디록스와 곰 세 마리, 우주비행사 등등 무궁무진하다. 

5. 일상용품을 이용하라. 낡은 옷, 신발, 인형, 동물인형, 낡은 식기 등 어느 집에나 있는 일상용품을 이용해서 놀이환경을 조성하라. 

6. 어른의 지시로 놀이 중에 물건이나 활동을 도입하지 말라. 아이들끼리 놀이 규칙이나 서로의 역할을 상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7. 아이들이 매우 활동적이라면 Simon Says나 음악에 맞추어 꼼짝 않하기, 북의 리듬에 맞추어 점프하기 등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을 규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놀이를 고려하라. 

8.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 듯 보여도 시간을 충분히 주어라. 9. 맡겨진 역할을 아이가 어려워하면 의상이나 소도구를 착용시킨 다음 그런 역할을 실제로 하는 어른들이 뭐라고 말하는 지 기억나게끔 도와라. 정말 수동적인 아이는 병원 놀이에서 환자의 엄마 역할 처럼 작은 역할을 맡도록 해라. 


          

[1]

 http://www.mscd.edu/extendedcampus/toolsofthe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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