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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도서관 Oct 12. 2024

금융투기의 역사

계층 사다리를 잇는 부를 향한 로드맵, 에드워드 챈슬러

ㅇ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별점: 4.0/5.0

한줄평: 신기술과 장밋빛 전망에 취하게 만드는 것, 이번에는 다를 것 같은 꿈

발간일: 2001년 6월 25일

읽은 시기: 2024년 10월



종합평: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초에 발간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는데 20년이나 된 책이라 낡은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발간년도를 모르고 보기 시작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지금 읽어도 통찰력있는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다. 금융투기의 형성과 붕괴에 대해 공부하면 주로 1920년대 미국의 호황과 뒤따른 1929년 대공황,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와 이후 잃어버린 30년에 대해 공부하게 되며 파생상품을 공부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19세기,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금융투기 앞에 흥청망청했던 인간군상의 다양한 사례를풍부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빠른 은퇴(FIRE: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를 부러워하고 대출을 일으켜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인 양 취급하는지금 대한민국 분위기에서 "본인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해야할 책이다.


1. 투기란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는 투기꾼을 "이익을 얻을 기회를 빠르게 포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케인즈는 자산의 미래수익을 평생 예측하는 활동을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라고 말해 스미스와 입장을 같이했다. 슘페터는 요동치는 주가를 이용해 이득을 얻을 의도가 있냐에 따라 구분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투기와 투자는 백지 한 장 차이로 투기는 실패한 투자를 의미하고 투자는 성공한 투기이다.  결론적으로 학술적으로 엄밀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2. 10대 소년에게 사랑과 욕망은 다른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일. 월스트리트 풍자가였던 프레드 슈드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비유한 것이다. 실패로 끝나더라도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려는 행위를 투기로 정의하고, 투자는 많은 돈을 투자해 적은 돈을 벌려는 행동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3.투기와 도박은 다른가? 나쁜 투자가 투기이듯, 나쁜 투기는 도박으로 볼 수 있다. 금융인 버너드 바루크는 JP모건 창립자 면전에서 "위험하지 않은 투자는 없고 도박같이 않은 투자도 없다"고 발언한 뒤 회사를 떠나야 했다. 내 생각에 개념적인 구분은 할 수 없으므로 1) 확률적 우위에 있는 베팅인가 2) 베팅이 설령 틀리더라도 재기불가능할 정도로 위험이 높지는 않은가 3) 일간, 주간, 월간으로 변동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하단을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가로 구분해야 할 것 같다.


3-2. 투자, 투기, 도박은결국 기대수익률-위험 스펙트럼의 연속선에 위치해 있다. 명확한 구분은 할 수 없으며 단지 저변동성, 저위험, 저수익 자산 (선진국 단기 국채)일수록 투자에 가깝고 고변동성, 고위험, 고수익 자산(신흥국 장기채 크레딧물)일수록 투기에 가까우며 장기 투자했을 때 중간에 전재산을 잃을 위험이 있는 방식일수록 도박에 가깝다. 


3-3. 초고수익 투자, 내가 하면 로맨스(투자)이고 남이 하면 불륜(투기)이다. a) 영끌 레버리지 코인 투자: 비트코인의 연율화 변동성은 50%, 일간 변동은 3% 수준이다. 원금의 3배 대출을 일으켜 10배 레버리지에 투자한다면 하루 안에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b) 제로데이옵션: 오늘 아침 매수한 당일 만기 옵션의 일간 변동성은 100% 이상으로 장 마감 후 두 배 이상이 되거나 휴지조각이 된다. 상당수의 초고수익 투자자들은 거금을 잃어버렸지만 우리는 성공 사례만을 미담처럼 듣고 부러워하게 된다.




4. 투기와 도박의 심리적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도박중독자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룰렛에서 이기기 위해 아주 멍청하고 단순해야하며 어떤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지노에서 룰렛을 하는 행위가 투자일 수 있을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답은 "그럴 수 있다"이며 룰렛 위의 공의 물리적 움직임을 연구했던 물리학자와 공의 움직임을 눈으로 훈련해서 어디로 떨어질 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의 사례가 있다. (룰렛을 정복하기 위한 도박꾼들의 역사와 니코 토사의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V0LMhevOlSk&ab_channel=%ED%97%A8%EB%A6%AC%EC%9D%98%ED%80%80%ED%8A%B8%EB%8C%80%ED%95%99



4-2.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행위가 투자일 수 있을까? 블랙잭 카드 카운팅으로 MIT 학생들이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영화 "21"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플레이해서 (+) 기대값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투자로 분류해야 한다. 반대로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브로커의 추천으로 역시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우량주에 투자한다고 해도, 마이너스로 끝나는 것이었다면 투기에 가깝다. 10년 동안 오르는 것만 봤던 자산이 어떻게 갑자기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애초에 10년동안 오르는 것을 구경만하던 당신이 왜 이제와서 여기에 투자하고 싶어졌는지를 잘 따져볼 일이다.



4-3. 10년동안 오르기만 하다가 떨어진 우량주. 5만원을 터치하면 무조건 싸다고? 밸류에이션이 싼지 비싼지는 장부가격 대비 혹은 기대할 수 있는 매출, 이익 대비로 하는 것이지 단순히 몇 만원이 됐으니 싸다고 하는 것이아니다. 8월 23일부터 순매도로 전환한 외국인은 10월 12일 금요일까지 삼성전자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두 달간 쉬지 않고 팔았다. 구조적인 문제, 리더십 부재,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의 본질적인 차이, 기업문화 자체의 문제 (그동안 적자만 보던 HBM 사업부를 유지하던 SK하이닉스와 당장 수익성이 되지 않으면 유지하지 않았던 삼성전자, 이제와서 HBM에 연구인력을 다 돌리면 그 다음 먹거리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거론된다.



5. 광산 개발을 통한 미래 수익 전망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행위는 미시시피 버블까지 올라가는 오래된 역사가 있는 방법이다. 1) 먼 해외에서 어떻게 갑자기 광물을 채굴할 것이며 2) 이를 어떻게 운송할 것이며 3) 3-5년 뒤에나 채굴할 광물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를 전혀 알 수 없는데 이를 기반으로 예상현금흐름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6. 신경제와 패러다임의 전환. 영국의 철도 투기의 시대인 1840년대는 굉장히 옛날로 느껴지고 이제 철도는 낡은 이동 수단으로 느껴지지만 당시 기준으로 철도라는 운송수단은 혁명이었다. 당시 학자들은 "철도가 인간 사이의 갈등을 해소해 하나의 인류로 통합시켜줄 것이기에 시장이 무한정 커지고 생산과 소비가 급증해 번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마다 투기적 광기가 기승을 부렸다.  1920년대의 미국에는 자동차와 라디오의 등장으로 투기 열풍이 불어닥치며 "자본주의가 영원한 번영을 구가하는 신경제의 시대에 들어섰다"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했으나 1929년 9월 대공황이 찾아오게 된다.

                            (영국 철도 버블 당시 철도 관련주: 2배 이상 치솟았다가 반토막이 났다)


7. 닷컴 버블 당시의 대한민국. 증시가 급등하자 가정주부들은 적금을 해약했고 수많은 젊은이들은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전업 트레이더가 됐다. 한국의 전업 트레이더 비율은 세계 최고가 됐고 철강이나 섬유사업을 하던 기업인들이 줄지어 인터넷과 바이오 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발포제를 만들던 기업이 2차 전지를 만든다거나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VR기기를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AI 회사로 변신하더니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2024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평생 AI라고는 관심 없던 사람들이 모두 AI 써서 업무 혁신을 한다는데 정작 당장 보이는 혁신이라곤 디자이너, 번역, 통역, 저숙련 개발 업무의 AI 대체 정도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야 인건비가 줄어드니까 당장은 혁신이 맞긴 하다. 


8. 이번에는 다른가? 비만약 치료제가 등장해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애초에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날씬하던 미국인들의 비만율이 왜 치솟았는지를 생각하면 근본적인 문제는 식습관에 있다. AI가 등장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지만 몇 년 전에 양자 컴퓨터나 메타버스가 주목받았을 때도 같은 기대를 했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진 점이 있다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일본 버블 붕괴 당시보다도 높아져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는 점이 아닐까? 

고소득 직장인들 위주로 부채를 일으켰기 때문에 괜찮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고소득 직장인 위주로 일으켰던 대출 건전성이라고 괜찮을까? 대기업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는 PIR(Price to Income: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이 비싸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애초에 대기업 맞벌이 비중이 전체 노동인구 중에 얼마나 되나? (대기업 종사자 비중은 10% 수준이다. PIR 산출 방식 자체도 기관마다 상이하다.) 기존의 밸류에이션 방법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 올 때마다 새로운 논리가 등장했는데, 항상 버블의 고점이 한창이던 시기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9. 10년 간 오르기만 할 때와 앞으로 10년의 환경이 같은가? 인구와 소득이 계속 늘어왔던 10년과 감소하게 될 향후 10년은 다르다. 수출 경기와 무관하게 내수 침체는 계속될 예정인데 내수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부동산이다. 가장 생산성이 낮은 부문인 부동산에 모든 자금이 투입되있는 현재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을까? 기존에 잘 하던 것이라도 잘 지키면 다행인데,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잘 말해준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해본적 없다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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