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간절히 먹어보기를 소망한 음식이 있다.
22살 때였는지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다.
교토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교토에 있는 음식점을 뒤졌다.
무엇이 맛있을까. 평점이 높고 리뷰 또한 좋은 음식점들을 하염없이 찾아갔다. 그러던 중 교토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서 신비로워 보이는 음식점을 발견했다. 음식점이 없을 법한 곳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왠지 그곳이 더욱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곳이 딱 그런 곳이었다. 음식 사진과 리뷰를 종합해 이곳이 괜찮은 음식점이라는 것을 판단한 뒤 나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흡족해하며 빨간 하트모양의 즐겨찾기에 저장했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었고 삶의 가치관도 달라졌고 직장도 옮겼고 직종도 바꿨고 읽는 책, 만나는 사람도 바뀌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내 삶은 바뀌어갔다.
많은 변화들을 겪고 나서 다시 한번 교토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어느 날이 찾아왔다.
이 때도 어김없이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교토에 있는 음식점을 뒤졌다.
그리고 즐겨찾기에 저장해 둔 빨간 하트모양을 다시 눌러보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그렇지만 그곳에 가보기를 간절히 고대했었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맞아. 나 이거 참 먹어보고 싶었는데. 왜 먹지 못했지?
와~ 지금 봐도 맛있어 보이네.
내 입맛은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봐.
음 이번에 이거 먹으러 가볼까?
그래 진짜 이번에는 먹어보자.
그토록 먹고 싶어 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한 번 먹어보자고.
내가 방문한 음식점은 오야꼬동(おやこどん)을 파는 곳이다. 일본 음식의 가장 대표적인 카테고리 중 하나인 덮밥, 그중에서도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오야꼬동은 '부모와 자식 덮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야꼬(おやこ)는 부모와 자식, 동(どん)은 돈부리를 의미하는데, 닭과 계란이 음식에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일 것이다. 참 귀여운 말이지만 닭의 입장에서는 참 충격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교노츠쿠네야의 오야꼬동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오야꼬동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가운데 놓여 있는 여의주 같은 진홍빛의 계란으로 대표되는데. 한 그릇의 오야꼬동을 받는 순간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무언가 숭고하고 귀중한 음식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빛깔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감히 젓가락을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경이로움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 상하좌우로 음식을 뜯어보았다. 어찌 이러한 외경을 가지고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다 옆을 둘러보니 모두 숟가락으로 덮밥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가운데에 있는 계란을 터트리고 밥과 익은 계란, 닭고기, 양념 그리고 진홍빛의 날계란을 한 숟가락 듬뿍 떠 입안으로 넣었다.
'브라보(Bravo)'
밥과 계란, 닭고기를 씹고 양념과 날계란의 맛을 느끼는 그 순간 감탄을 넘어서 희열을 느꼈다. 내가 간절히 소망한 이유가 있었구나. 밥과 계란과 닭고기가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구나. 교노츠쿠네야의 오야꼬동은 밥알, 계란, 닭고기 모두 극강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특유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그 고소함이 어디서 나올까 근원을 찾다가 진홍빛의 여의주에서 해답을 찾았다. 오야꼬동의 가운데에 놓여 있던 계란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계란 중 가장 고소했다. 이것을 계란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존의 계란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다.
교노츠쿠네야는 내놓는 음식의 외경에 걸맞게 계란과 닭이라는 아주 간단한 재료를 최고의 수준까지 올려 한 그릇에 담아냈다. 늘 먹던 재료와 음식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놀라움은 낯선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의 놀라움보다 더 크다. 그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철저하게 파괴될 때 새로운 창조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10여 년의 시간 동안 가보기를 소망했던 음식점에 방문해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을 통해 감탄을 느낄 수 있어 참으로 기쁘다.
https://maps.app.goo.gl/wqgGnSKQmfuJjrny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