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첫눈이, 그가 보는 첫눈이
오늘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해가 진 퇴근 무렵, 한송이 두송이 내리던 눈은 보는 사람의 아쉬움을 알았는지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보는 눈이 얼마만인가. 거리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이 새삼 이국적인 풍경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던 날이었다. 나는 그 사람과 눈놀이를 했다. 미끄러운 눈길 위에서 뒷사람은 쪼그려 앉아 앞사람의 손을 잡고 앞사람은 뒷사람의 손을 움켜쥔 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게 뭐라고 서로 깔깔 웃으며 신나게 눈길을 미끄러졌다. 추운 줄도 모르고 밤이 낮인 것처럼 놀았다. 그 사람과 놀 때면 나는 아이가 되었다. 온전하게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그 사람에 집중했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달고 사는 어른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인 양 몰두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세상이 순수하고 또렸했다.
오늘 첫눈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보는 첫눈과 그가 보는 첫눈이 어떻게 달랐는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