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자기 전에 나누는 말
"엄마 나 무서워.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하지?"
분명 방금 전까지 깔깔 웃으며 놀다가 잠자리에 들어간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있다. 소중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하나, 죽음이 우리 가정에 갑자기 찾아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커졌나 보다. 세상 씩씩해 보이는 첫째는 종종 잠자리에서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하곤 했었다.
"사람의 몸은 언젠가는 죽게 될 거야. 왕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래.
우리의 사랑은 영원해서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대. 그러니까 지금은 사랑만 생각하자"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해주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등을 토닥토닥해주면 아이는 편안하게 다시 잠이 들었다.
두 살 터울의 남매는 전형적인 '흔한 남매'라 싸울 때가 많다. 밖에서 보면 사이좋아 보이는지 아이들이 싸우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집에서는 당연히 전쟁이다.
유아 시절에는 본능적으로 주먹과 발이 오고 갔다면, 지금은 말로 싸운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한데 서로 탓을 하느라 바쁘다.
"쟤가 먼저 건드렸어요"
"아니야, 오빠가 먼저 했잖아"
뻔한 레퍼토리가 이어지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적절하게 타이르거나 사과를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그리고 엄마의 익숙한 장단이 잔소리처럼 한 가락 이어진다.
"얘들아, 싸우고 미워하는 건 전쟁과 같은 거야. 우리 사랑하면서 살자.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인생이 짧단다."
아이들이 안 듣는 줄 알았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 아이들의 입과 손에서 내가 해준 말들이 나왔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인생은 짧대. 그러니까 싸우지 말자"
둘째가 다툼이 있던 친구에게 해준 말이다.
'... 내가 잠자리에서 죽음을 무서워하면, 우리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해준다.
우리의 사랑은 영원한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사랑만 생각하자...'
첫째의 '엄마 자서전' 문집에 쓴 글이다.
내가 진심을 담아 해준 말들은 아이 속에 각인이 되는구나. 엄마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부모의 역할이 무겁게 다가옴과 동시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아이들이 알아주어서 마음이 날아갈 듯 기쁘다.
크게 작은 두려움과 불안의 시간을 40여 년 지나오며, 나는 진짜로 이렇게 믿고 있다.
우리는 사랑의 존재이므로 영원하다.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순간에 사랑을 떠올리면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인생은 긴 듯 하지만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찰나다. 미움, 시기, 질투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한 순간이라도 더 사랑하며 살자.
내가 느낀 사랑을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해 표현하면, 아이 마음속 텃밭에 사랑의 작은 씨앗이 심긴다. 어눌하고 온전하지 못해도 진실된 마음을 담으면 서로 통한다. 세상 모든 것이 우리가 사랑임을 자각하는 곳이지만, 지금 내가 온전하게 집중하는 장르는 육아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장은 사랑을 확인하는 학교다. 아이 덕분에 내 마음도 사랑을 배우며 따스하게 가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