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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8. 2016

인도 농민들의 비극은 누구의 책임?

BT 면화와 생태적 영향의 이해

WTO 개방의 폐해와 GMO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가장 흔하게 드는 예가 있다. 인도이다.


"WTO에 가입하면서 농가에 대한 보조금 투입이 중단되었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몬산토의 GMO 면화 종자가 들어왔다. 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있다고 광고했으나 GMO 면화 재배는 실패했다. 종자에는 터미네이터 기술(불임 기술)이 적용되어 농민들은 해마다 3배나 비싼 종자를 구매해야 했다. 인도의 면화 주산지인 마하수트라 주에서는 2005년 6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8시간에 한 명 꼴인 1,280명이 자살한다. 인도에서는 GMO 종자로 인해 25만 명이 자살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미신(myth)일까?


인도의 면화산업은 붕괴했을까. 2014년 세계 면화 생산량을 살펴보자. 인도는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최대 생산국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1), 이런 기록은 다음해로 미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면화산업은 건재할 뿐 아니라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국가별 면화 생산량 (단위 : 천 MT)


몬산토는 터미네이터 종자를 개발했을까?


몬산토는 불임 종자(일명 : 터미네이터 종자)를 탄생시키는 생명공학 형질을 개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몬산토는 또한 1999년 불임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하지 않을 것이라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아직까지 몬산토가 이 약속을 위반했다는 뉴스나 연구결과를 본 적은 없다. 최소한 구글 검색에서는.... 신젠타와 듀폰과 함께 이러한 불임 종자의 상용화에 반대하는 그룹에 가입하기도 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는 다음을 참고하면 된다(2).


그러니 몬산토가 백일하에 드러날 뻔한 일을 했을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런 의심은 죽지도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그것도 무려 2000년대 중반에 있었던 인도의 일을 배경으로 삼아서, 유효기간도 없이. 이런 주장에 오히려 터미네이터 유전자가 도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팩트가 무너지면 주장은 힘을 잃는다.)


과연 인도의 농부들은 몬산토의 GMO 종자 때문에?


몬산토의 주장은 이렇다. "인도의 비극은 2002년 GMO 면화를 도입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중략)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조사 결과, 오히려 반대로 GMO 면화가 도입된 이후 농부들의 자살이 감소하고 있다."라고(3). 반면에 많은 미디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일반적이다. 아래는 알자지라에서 실린 몬산토와 관련된 글이다(4).


“More than 250,000 farmers have committed suicide in India after Monsanto’s Bt cotton seeds largely failed. Many farmers decided to drink Monsanto pesticide, ending their lives.”
(25만 명의 인도 농부들이 몬산토의 유전자재조합 면화 종자가 실패한 후 자살했다. 많은 농부들은 몬산토의 농약을 마시고 그들의 생명을 끊었다.)


환경운동가들과 안티-GMO 운동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런 주장의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2002년 GMO 면화가 공식적으로 승인된 이후 인도에서 재배되는 면화의 90%는 GMO 면화이다. GMO 면화 덕분에 농약 사용량이 줄어들었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당연한 결과이다. 면화의 해충을 퇴치하는 유전자를 가진 GMO 면화가 효과가 없다면 왜 농민들이 비싼 돈 주고 종자를 구입할까? 왜 농민들은 그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종자를 3배나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해야 할까?


아주 권위 있는 저널인 <The Lancet>에서 2012년 인도의 자살률의 원인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Studies from south India have shown that the most common contributors to suicide are a combination of social problems, such as interpersonal and family problems and financial difficulties, and pre-existing mental illness.”


간략히 요약하면,


안티-GMO 활동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1990년대 이후 행해졌던 금융제도 개혁이 원인이라고 논문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인도 농부들이 개인에게 돈을 빌릴 때는 45%에 달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인도 농민들이 제도권 은행이나 보험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는 주에서는 자살률이 현저히 낮았고, 그렇지 않은 주에서는 자살률이 높았다. 자살률이 높았던 면화 생산지역, 즉 안티 GMO 활동가들이 자살 벨트(sucide belt)라고 부르는 지역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 인도 농부의 높은 자살률은 GMO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부실한 제도권 금융과 고리대금업의 폐해를 알리는 예로 사용되어야 마땅하다는 논지이다.


면화를 따는 농부, 인도 (에코뉴스 http://goo.gl/05Q1vq)


그렇다면 몬산토의 책임은?


과연 인도 농부의 자살과 GMO 종자는 연관이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문헌에 나와있지 않아서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들이 있지 않을까? GMO가 간접적으로 어떻게 인도 농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이다. 면화는 식품은 아니니 건강 문제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간접적으로 인도 농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하다. BT 면화는 면화에 가장 심각한 해충(bollworms, 좀류)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게 생태적인 영향, 캐스캐이딩 효과, 을 촉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가정이다). 어느 지역에 동일한 면적의 농경지를 가진 다섯 농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한 농가에서 BT 면화를 심으면 그 밭에 있는 해충은 다른 밭으로 이동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해충의 20%씩 각 농경지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는데, 한 농가에서 BT 종자를 도입하면서 그 밭에 있던 20%의 해충이 다른 밭으로 고르게 분산된다. 각 농가마다 20% + 5% 의 해충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네 농가에서 각각 20%의 해충이 증가하게 되는 효과로 나타난다.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농가들도 BT 면화를 심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BT 종자를 도입한 농가가 가난한 농가였고, 새로운 종자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사채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가뭄이 덮쳤다. 사채를 갚을 수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BT 벌레는 먹을 수 있는 일반 면화농가의 밭으로 옮겨간다.


이런 상황이면 BT 종자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일까? 쉽지 않은 문제이다. 과연 몬산토는 이런 생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뛰어난 과학자들이 그런 영향을 몰랐다고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뭄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의 위협 이었고, 여기에 사회적 시스템의 부실이 겹쳐서 파국적 재앙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기업의 도덕적 책임의 문제는 남는다. 부실한 국가의 대응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BT면화는 농촌에 영향을 미쳤다.


인도의 면화산업은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BT면화를 도입해서 성공한 농가들은 소득이 증가했다. 부농을 중심으로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졌고, 소규모 농가는 줄어들어 농장이 규모화 되는 방향으로 변화의 추가 움직였다. 가난한 농민들은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거쳐갔던 산업화 과정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BT 면화가 이 과정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은 분명히 했다. 산업혁명시대의 화학비료처럼.


그럼 인도의 가난한 농민들의 비극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참고문헌


(1)  India to overtake China as world’s biggest cotton producer 
(2)  Monsanto Company and the Use of Terminator Seeds 
(3) 몬산토에 관한 12가지 오해. http://www.monsanto.com/global/kr/documents/monsanto-korea-myths.pdf
(4) The GMO-Suicide 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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