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May 13. 2016

호의를 이용하다

코이카 사무소에 근무하다 보면 손님들이 참 많이 온다. 라오스는 가까워서 그런지 더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스스로 찾아주니 타국살이의 외로움 또한 덜 수 있어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KOICA 라오스 사무소를 방문한 IFAD의 Stefania Dina 지부장

세상 일이란 게 그렇듯이 항상 반가운 손님만 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이권이 걸린 사업을 부탁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방문도 있다. 대학교가 방학하면 교수나 학생들의 방문이 많아진다. 대개는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이거나 봉사활동으로 방문하는 단체들이다. 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당연히 도와준다. 


그 일이 있기 두어 달 전 사무소를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이메일로 왔다. OO대학 OO사업단의 누구라고 밝혔고, 라오스의 농촌개발과 새마을운동에 대해 문의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일일까, 누구일까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회의실로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 깜작 놀랐다. 어린 학부생 4명만 온 것이다. 남학생 3명과 여학생 한 명. 평소처럼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그렇지만 돌아간 후 뭔지 모를 씁쓸한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아니 왜 자신들은 학생들이고, 학교 지원 프로그램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았을까? 속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학생이라고 하면 만나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지래 겁을 먹었겠지만, 젊은 학생들이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에 못내 기분이 얺짢았다. 학생들이라고 했으면 메콩 강변에서 비어라오라도 한잔 같이 했을 텐데 말이다.


젊은 청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노이 횟집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