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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pr 30. 2017

스마트 농업, 먼저 온 미래

농업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가능성 (1)

2016년 6월 바이엘(Bayer)이 몬산토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는 큰 뉴스였다. 거대한 종자 및 농업 케미컬 기업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지 던 때라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6년 3월에는 켐차이나가 430억 달러에 신젠타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그보다 앞선 2013년에는 중국 육가공업체인 솽후이(雙匯)가 미국 최대 축산 패커인 스미스필드(Smithfield) 사를 71억 달러에 인수했다.


각 기관에서는 세계 종자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바빴다.


그런데 한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엘 CEO 베르너 바우만은 “몬산토는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것이었다(1).


디지털 파밍, 이게 무슨 말이지?
옥수수의 생산량 예측지도(SpecTerra map), 높은 생산성(청색)과 낮은 생산성(적색)을 예측. 출처: 참고문헌(1)


농업과학 분야에서 밥을 먹고살았지만, 이 용어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스마트 농업, 내가 이해하고 있는 농업은 이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우리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수많은 농업 기술은 모두 스마트 농업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디지털 파밍이라....



알파고가 몰고 온 충격


1997년 5월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때만 해도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아마추어도 꺾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20년 후 인공지능으로 무장하고 등장한 알파고는 달랐다. 인간이면 두기를 주저할만한 과감한 수를 두었다. 알파고가 한수 한수 둘 때마다 이세돌 9단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이세돌의 장고는 전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이세돌 vs. 알파고의 3국 ⓒgogameguru(https://goo.gl/ZPiueZ)


결국 이세돌은 알파고에 4대 1로 패했다. 이세돌의 완패는 한판의 바둑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겁고 암울한 전망이 뒤따랐다. 이세돌이 1승을 거둔 2016년 3월 13일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위대한 패배라 불릴만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왔는지 비로소 눈을 떴다.



바이엘이 꿈꾸는 미래농업


알파고의 충격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몬산토는 여전히 GMO 종자와 라운드업 레디 제초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해했다. 이미 강력한 케미컬 라인을 가진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한다는 게 무슨 시너지가 있을지 분석하기 바빴다. 바이엘은 GMO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던 것을까? 유기농업 애호가들은 아스피린을 먹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그런데 데이터 파밍이라... 복잡하게 꼬여있던 코드들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해되지 않았던 구글, 존디어, 바이엘 등 거대 기업들의 거침없는 농업 ICT 투자가 왜 그랬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정밀농업 플랫폼, 농장관리 및 농기계운용에서 회계서비스까지 제공한다. ⓒAgDNA


몬산토가 투자한 기업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보인다. 농업용 로봇의 선두 기업인 블루리버 테크놀로지(BlueRiver Technology), 정밀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에그솔버(AgSolver), 에스토니아에서 농장 경영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바이탈 필드(VitalFields), 농장의 물관리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는 하이드로바이오(HydroBio) 등이 있다. 농업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밀농업, 농장 경영 네트워크 등 몬산토는 종자뿐만 아니라 디지털 농업에서 더 큰 미래를 보았다.


바이엘과 몬산토는 이미 종자부터 작물보호제까지 농업 가치사슬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가 더해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바이엘은 인공위성, 농장에 설치된 각 종 센서,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 농장 경영 소프트웨어에서 얻어지는 정보, 고정익 드론에서 얻어지는 정보로부터 그 농장의 생산량, 병해충 발생 가능성, 관개(irrigation) 필요성, 소비자 단에서 얻어지는 시장정보를 분석할 것이다. 바이엘 CEO는 말한다.


우리는 그 농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럼 농민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겠죠. 농가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농민은 바이엘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는 농장을 경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시장에 물건을 제값 받고 팔기도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바이엘은 세상의 모든 농식품 정보를 긁어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데이터 농업을 꿈꾸는 듯했다.



농업 스타트업 전성시대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이미 데이터 농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크런치 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15년 식품 및 농업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46억 달러였는데, 이는 전년도 23억 달러에 비해 2배나 껑충 뛰어오른 수치이다. 농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연간 94% 씩 증가하고 있다. 타산업 분야 평균 투자 증가율이 44%인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2). 인공위성 이미지를 분석하여 작물과 토양의 변화를 추적하는 플래닛 랩(Planet Lab)은 1억 2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농업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파머 비즈니스 네트워크(Farmers Business Network, FBN)는 구글의 투자지주회사 알파벳으로부터 1천5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FBN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자사 서비스에 가입한 농민들에게 자기 땅에 무슨 작물을 심는 게 좋을지를 알려준다(FBN 가입비용은 연간 5백 달러).

전세계 1인 당 농경지 면적 ⓒ (3)


농업 스타트업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뜨겁다. 그 밑바탕에는 늘어나는 인구와 줄어드는 경작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1960년대 1인 당 경지면적 평균은 1.13 ha(2.8 acres)였는 데, 2030년에는 1/3 수준인 0.32 ha로 줄어든다. 단위면적 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세계는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위면적 당 생산성을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 미국 등 세계의 곡창지대의 생산성은 이미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의 증가, 물 부족, 타산업과 물을 놓고 벌이는 경쟁, 대규모 단일재배(monoculture)에서는 피할 수 없는 병해충 발생은 농업생산성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이미 과학적, 환경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된지 오래였다. 유기농업과 친환경농업의 부상은 모노컬쳐로 초래되는 농업환경의 단점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으며, 농자재 투입을 최적화하여 환경부하를 경감하는 정밀농업은 농장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도 채택해야만 하는 기술이 되었다.


바이엘, 몬산토, 신젠타, 다우케미컬, 듀폰 등 거대 농업/화학 기업의 인수합병은 미래 농업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트랙터 기업에서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존디어는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세계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쥔 구글의 농업투자는 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들의 과감한 베팅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과는 어떻게 다를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스마트 농업


우리나라는 지금 스마트팜 열풍이다.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대기업의 농업 진출 통로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스마트팜이 곧 농업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할까? 모든 사람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았다. 먼저 스마트팜과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다를지 명확히 하는 게 다음 논의를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할 것 같았다.


스마트팜은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농장에 설치된 수분 센서, 기상 센서에서 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양분과 수분을 작물에 공급한다. 현재까지는 주로 원예나 축산 등 시설농업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온도가 높으면 환기가 되고, 수분이 부족하면 점적관수 시스템에서 물을 공급한다. 그리고 병해충이 발생하면 방제로봇이 약제를 살포 한다. 이 모든 것은 컴퓨터로 제어된다. 심지어 농민은 농장을 떠나서도 스마트폰으로 농장의 운영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팜 구상도 ⓒKIST(https://goo.gl/TQgTge)


이렇듯 스마트팜은 농장관리에 들어가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수많은 센서들이 농부의 눈이 되고 자동화 농기계가 농부의 손발이 된다. 스마트팜 기술은 더 발전될 것이고 더 정교해질 것이다. 농장으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모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스마트팜은 먼저 온 미래라 불릴만하다.



그렇다면 농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스마트팜일까? 스마트팜이 더 발전되어 인공지능이 농장을 관리하는 농업일까?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되기 어려워 보였다. 누구나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만, 저마다의 4차 산업혁명이 존재하는 듯했다.




*다음편 미래농업의 조건에서 계속....


참고문헌


(1) The Weather-Predicting Tech Behind $62 Billion Monsanto Bid.

(2) Agriculture Technology Investment Storms to $4.6bn in 2015 as Global Investors Take Note.

(3) Invest In Agriculture- Five Reasons To Start Today.

(4) John Deere continues to invest in new technologies, including soft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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