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곤충생태체험관
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말이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무모할 정도의 끈기, 요즘 뜨는 말로는 그릿(grit)이랄 수 있겠죠. 한 사람의 열정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제가 곤충생태체험관을 방문하면서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곤충생태체험관은 경기도 용인에 있습니다. 한 개인이 만든 곤충전시관 겸 곤충생산시설입니다. 크게는 곤충생태관, 어린이 체험관, 조랑말과 공작, 오리 등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동물원, 휴식을 위한 캠핑시설(공사 중)과 나무위의 집,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체험관과 작은 동물원은 완성이 되었지만, 주 건물과 곤충사육시설, 제조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곤충을 활용한 복합적인 여가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곳 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영세 대표는 원래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는 사업가였습니다. 그런데 곤충에 꽂혀 이일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분히 전략적인 접근이었죠. 곤충에서 가능성을 봤다고나 할까요. 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을 따라 농촌에 돌아왔지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농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는 곤충을 선택했습니다.
곤충이야길 하기 전에 먼저 이곳을 소개하면.... 이름이 말해 주 듯이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들이 있는 작은 동물원에는 몽골에서 들여온 작은말 세 마리와 공작, 토끼, 오리, 양들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 나와 함께 추억을 만들기 좋은 곳입니다.
아직은 완공되지 않았지만 산 위에는 캠핑장이 있고, 아래에는 멋들어진 나무집이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 나무에 오르면 작은 문이 나옵니다 그 문을 열면 기분 좋은 편백향이 코를 찌릅니다. 나무 위 잡 답게 삼면에 창이 있습니다 그 창을 열면 또 나무들이 보이고 나뭇가지들 사이로 논이 보이고 닭이 놀고 있는 닭장이 보입니다. 달걀을 꺼내올 수도 있는 닭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 전문가는 곤충체험관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농업을 업으로 하는 사람과는 다른 시선이 궁금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놀란 것은 일단 그 규모입니다. 체험농장 수준이라 하기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 모든 걸 개인의 노동력으로 일궈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디테일도 남달라 보였습니다. 인테리어 전문가답게 건물의 배치나 구도에서 수준이 느껴집니다.
이곳에서는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로다른 변태단계에 있는 번데기들이 퇴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 공간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에서는 배웠지만 실제 변태 해가는 과정을 보는 건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는 실틀도 직접 작동해 볼 수 있습니다. 끓는 물에 들어 있는 고치에서 실을 뽑아 실타래에 걸고 손잡이를 돌리면 비단실 한가닥이 끝없이 딸려 나옵니다. 단언컨대 신기합니다. (위 사진을 클릭하면 커집니다.)
지금은 체험관을 완성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곤충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곤충을 취미 정도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곤충은 꽤 큰 산업입니다. 이미 파충류 등 반려동물의 사료로 아주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파충류를 키우는 인구가 20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네요. 이동물들이 먹는 사료는 누가 공급할까요? 이외에도 지방 함량이 낮아 비만을 예방하는 데 탁월해서 개, 고양이 등 포유류의 사료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죠.
이 곤충생태체험관 프로젝트는 무려 201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빨리 진행되지는 못했는데요, 허가를 받는 데만도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부동산 투기꾼으로 오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개인이 이런 시설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겠죠. 특히나 용인은 난개발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일본을 방문해서 곤충 대가를 만나는 등 밴치마크도 다녔지만, 아이들을 위한 살아있는 곤충체험관은 없으니 처음부터 개념을 새롭게 잡아나가야 했습니다. 곤충 사육을 위한 전시 상자도 새롭게 디자인하고 아이들을 위한 곤충 블록도 만들었습니다. 특허등록도 했죠. 이 모든 게 정부 지원 없이 개인의 힘으로 일구어 낸 일입니다.
그와 이야길 나누면서 제가 모르던 세상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하는 파덕들 이야기,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육시설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산업적 규모로 곤충응 생산할 예정입니다. <설국열차>에서처럼 곤충을 이용한 산업을 만들어 가겠죠.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시행착오야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나아갈 길이 밝아 보였습니다. 여럿이 함께 가다 보면 길이 만들어질 테죠.
여러분들은 곤충의 세계를 보고 싶지 않으세요! 혹시 곤충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한번 방문해보시면 어떨까요? 아직 발전 단계에 있지만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미래를 보여 주면 많이 신나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