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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Dec 27. 2018

네팔에서도 커피가 나?

공정무역, 커피 한잔의 의미!

커피마을에 왔습니다.


네팔에서도 커피가 재배됩니다. 네팔에 처음부터 커피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군인으로 다른 나라를 갔던 주민이 씨앗을 들고 온 게 그 시작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네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게 제 취향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아프리카산 미디엄 로스팅의 신맛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네팔 신투팔촉의 이촉마을을 방문한 사람들


그런 제가 네팔에 왔습니다.


신두팔촉 커피 협동조합의 한 구성원인 이촉 마을 커피협동조합을 방문했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제가 평소 비영리단체의 사업에 대해 그리 후한 평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그분들의 노력을 존중하지만, 저는 주로 매크로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일 겁니다. 관점의 차이랄까요. 그런 제가 세상의 가장 오지 중 하나인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농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곳은 커피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양이 너무 작습니다. 네팔 전체가 360톤 정도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와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안될리야 없겠지만 이들의 유일한 식량원인 따락 논에 커피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저지대에 있는 다락논들


그러다 보니 커피는 점점 더 산으로 갑니다. 밭은 토막 나 있고, 나무는 밀식해서 품질관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본 최악의 도로 상황은 이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여기에 커피를 재배하는 게 옳은 일일까? 이 질문이 내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논리적으로만 생각할 일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건 기업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상품의 관점이 아니라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NGO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겠죠. 공정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아름다운커피에서 여기에 개입을 했습니다. 판로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무너진 하늘에 숨 쉴 구멍 하나 만들었다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이겠죠.


네팔은 제가 가본 여러 나라 중 상황이 가장 안 좋은 축에 들어갑니다. 도로는 차가 뒤집어질 것 같은 정도의 상태입니다. 산비탈에 밭을 일구고 사는 농부들은 소득원이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트래킹 코스에 걸쳐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겠죠. 고르카 용병이 되거나 영어를 배워 영국군에 들어가는 것, 아마도 가장 출세한 상황 이래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겠죠.


아쌰(권윤선), 네팔 아름타운커피 센터장


이촉마을 사람들에게 커피나무는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희망, 아샤(Asha), 일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이촉마을 사람들이 아름다운커피 네팔 센터장에게 지어준 이름이기도 합니다.


처음 도착할 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환대는 대단했습니다. 커피를 따고, 과육을 벗기고, 불에 로스팅을 해서 한 사발의 커피를 대접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의도적인 친절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생산한 커피를 찾아 주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커피가 부족하다는 걸 압니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5년 리히터 규모 7.8의 기록적인 지진 피해를 딛고 막 일어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커피 맛을 평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생산하는 커피가 금세 좋아지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생산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으니 아름다운커피가 가격을 낮추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마을을 떠나는 방문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촉마을 주민들


그렇지만 네팔 커피 맛이 제겐 더 이상 텁텁하게 느껴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겐 기호지만 그들에겐 전부이니 말입니다. 열 잔의 커피를 마실 때 한잔의 네팔 커피를 마실 수는 있겠죠. 인연의 실타래로 얽힌 그들을 생각하며, 어떤 희망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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