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Sep 23. 2020

기후위기? 이제는 식량위기를 대비할 때

이 글은 [지구와 에너지] vol.4 2020 Autumn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보의 공유를 위해 양해를 구하고 브런치에 다시 게재합니다.

들어가기


비가 너무 자주 내려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나 비가 많이 내리는지 기상자료를 살펴봤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호남지역(전주)의 경우 7월에는 22일 동안 비가 내렸고, 7월 30일에는 114.6mm의 비가 내려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8월 14일까지는 7일 동안 비가 내렸다. 8월 7일 하루 동안에 115.1mm의 비가 내렸다. 남도의 농부들부터 재해를 담당하는 대도시 공무원들까지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내 평생에 이런 비는 처음"이라는 말이다. 이제서야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말한다.


2010년에 출판된 <기후전쟁>에서 하랄트 벨처는 기후변화가 올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질문이 틀렸다고 일갈했다. 이미 변해버린 것을 붙잡고 언제 변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언제 그 변화를 깨달을 것인지 고쳐 물으라고.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기후변화는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인가? "


기후위기가 아니더라도 농업과 농촌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농업생산액은 십여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농업인구 비중은 5%가 무너진 지 오래다. 식량자급률은 20% 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UN 식량기구(FAO) 수석 경제학자인 막시모 토레로(Maximo Torero) 박사는 네이처(Nature)지에 기고한 “식량 없이 판데믹의 출구는 없다”라는 글에서, 기후위기와 코로나 19가 초래할 식량위기를 경고했다. 전체 식량자급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도 농산물의 자급량을 늘리기 위해 ‘30 by 3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자국의 식량공급량을 30%까지 늘리고자 하는 정책이다.


과연 우리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시대에서 우리나라 농업이 직면한 위기를 살펴보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대안으로 농업그린뉴딜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농업이 직면한 위기 

    

1) 기후위기


지난 100년간(1911-2010)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8℃ 상승하였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는 3.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2016~2018년의 기온은 평년 대비 0.5~1.5℃ 더 높았고, 강수량은 89.1~437.4mm 더 적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는 높은 기온과 가뭄의 문제로 인식됐다.


고온과 홍수 등 이상기상 발생 횟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 발생한 이상기상은 평년 대비 2.3배 더 많았다. 농작물의 재배 적지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는 경북 북부지방에서부터 북상하여 지금은 강원도 양구와 철원까지 이르렀다. 제주도에서나 재배되던 바나나, 망고 등 열대과일은 남해안으로 상륙했고, 오크라, 여주, 아티초크 등 생소한 아열대 작물도 지자체마다 소득작물로 개발하고 있다. 2012년에는 30ha에 불과했던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2020년 303ha까지 늘었다.


아열대 기후대는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영상 10℃를 넘고, 가장 추운 달도 영하 3℃를 넘지 않는 지역을 이르는데, 남한의 전체 경지면적 중 이미 10%가 아열대 기후로 분류되고 있으며,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된 기후나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7년 정도가 소요된다. 과수나무는 한번 심으면 20년은 유지를 해야 수지가 맞는다. 축산과 원예는 대규모 시설투자 없이는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2) 농촌인구감소와 고령화


농가인구 비중은 2015년에 이미 5% 대가 무너진 후 매년 10만 명 정도 줄어 지금은 4.3%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농촌의 붕괴는 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건 급격한 고령화이다. 1970년 65세 이상 고령농 비중은 4.9%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44.7%까지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다. 농가 중 2인 가구 비율은 54.8%, 전국 평균인 27.4% 대비 두 배에 이른다. 전국에 농업기술센터가 있는 157개 지자체 중 97개는 이미 소멸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그림 1>  농업인구 및 고령화율(%) 추세


각 지자체에서는 농업인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더 큰 문제는 농업을 이어받을 차세대 청년들의 농촌정착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기술이 농업현장에 적용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3) 규모의 위기


농업이 직면한 또 하나는 규모의 위기이다. 2018년 전체 농가의 70%는 1.0ha 미만이었다. 천체 농가의 65%는 농업소득이 1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경작면이 3ha 이상, 농업소득 5천만 원 이상 농가 비중은 각각 7.7% 및 8.9%에 불과했다. 이런 정도의 규모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투자가 가능할까.


<그림 2>  경지규모 및 농업소득 구간별 농가수


이에 반해 우리와 농업구조가 가장 유사한 일본은 2017년 농가당 경지면적은 2.4ha까지 증가했고, 우리나라 농업후계자에 해당하는 차세대농의 80% 정도가 5ha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도 우리 농업처럼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화는 이루고 있다. 또한 위탁농업법인을 통한 규모화 된 영농 역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4) 식량위기 


조천호 전 기상과학원 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게 식량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됐든 코로나 19가 됐든, 그래도 먹고살지 않나.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먹을 게 없더라, 이건 계산이 불가능한 위험이다"라면서 식량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UN 식량농업기구(FAO) 수석 경제학자인 막시모 토레로(Maximo Torero) 박사는 “식량 없이 판데믹의 출구는 없다”라는 네이처(Nature)지 기고에서 국제적인 식량생산 및 공급망이 기후위기 또는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경고했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의 위기이고, 이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2019년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자급률은 21.7%였고,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45.2%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기후위기로 초래될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은 찾아보기는 어렵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마저도 농산물의 자급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체 식량자급률이 10%에도 못 미치지만 ‘30 by 30’ 정책을 통해서 2030년에는 30%까지 국내 공급량을 늘리고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농업의 대응 전략 그린뉴딜     


1) 농업에너지 효율화


농림어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3,320천 toe로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5%를 차지한다. 석유와 전기가 각각 59.5% 및 38%로 주를 이룬다. 농림어업부문 에너지 소비의 특징은 급격한 전기화이다. 2001년 11.7%에 불과했던 전력 비중은 2016년에는 3.3배나 증가한 38%까지 높아졌다. 농사용 전기의 전력화는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요금체계 덕분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농사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3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류 역시 농업용 면세를 통해 매년 1조 5천억 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toe : “Ton Of Equivalent”의 약자로 “석유환산톤”이라고 부른다. 각 연료 및 에너지의 총 열량을 석유 1톤의 발열에너지로 환산한 값이다. 


<그림 3>  농림어업분야 에너지 사용량(천toe) 및 구성비율(%) 변화(1)


낮은 농사용 에너지 가격은 농산물 생산비 감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농업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시설원예작물의 경영비 중 난방비의 비율은 30~65% 수준에 이르는데, 농민들은 난방비를 낮추기 위해 농사용 전기를 난방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석유류를 난방에 사용할 때에 비해 효율이 2배 이상 떨어진다. 


축산과 원예분야에서 스마트팜이 확산되면서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농업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가격에 기인한다. 가정과 산업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농업분야는 아직 시설원예 등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투자, 농업에너지 전환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2)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비한 적응능력 강화


농업부문에서 에너지 효율화에 관심이 낮은 또 하나의 이유는 부실한 데이터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농업그린뉴딜 정책을 제안할 해도 제대로 된 농업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없으니 투자 효율성 분석이 어려워 제안조차 힘들다는 탄식도 들렸다. 대통령 직속 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기후위기 대응 농어촌 에너지 전환 포럼"에서 첫 번째 다룬 주제도 농사용 에너지 데이터 확보에 관한 내용이었다. 


미국의 경우 농장의 에너지를 직접 에너지와 간접 에너지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여기서 직접 에너지는 석유와 전기처럼 직접 농사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간접 에너지는 농약과 비료 등 농자재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양적으로 직접 에너지가 65%로 비중이 더 높지만, 비용적으로는 간접 에너지가 오히려 65%를 차지했다. 이렇듯 농업분야의 에너지 사용은 환경 및 농업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림 4>  미국 농장의 에너지 비용지출 및 직·간접에너지 비용 구조(2) 


그럼 농업은 에너지 가격 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분석자료가 없지만 외국의 자료를 통해 추정할 수는 있다. 미국의 경우 직·간접 에너지 비용은 최소인 콩과 최대인 벼의 경우 각각 13.9% 및 30.5%를 나타냈다. 호주에서는 더 직접적으로 에너지 비용 증가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전기 가격이 30% 인상되고 기타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5% 증가할 경우를 가정하여 분석했다. 원예작물의 경우 생산비가 12% 증가했는데, 콜드체인의 운영이 전체 에너지 비용 증가의 70%를 차지했다. 양돈의 경우에는 생산비가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농장에 사용되는 전기가 75%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계에서 농사용 전기 가격의 현실화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도 피할 수 없다. 농업계는 더 늦기 전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3) 농업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국내 바이오매스의 에너지 잠재량은 11,600천 toe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5%에 해당한다. 이중 눈여겨볼 것은 가축분뇨이다. 가축분뇨는 매년 6,750만 톤이 발생한다. 이중 70%는 퇴비화(액비화 포함)를 통해 농경지로 환원된다. 이는 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의 효과와 함께 농경지 양분 과잉이라는 환경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화학비료를 380kg/ha를 토양에 시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퇴비가 토양에 투입되면서 수질오염원으로 비난받고 있다. 국내에서 축산업을 지속하려면 가축분뇨의 친환경적 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바이오가스 발전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바이오가스 발전 시설은 101개에 불과하고, 이중 가축분뇨를 사용하는 시설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의 바이오가스 발전 시설이 8천 개소를 넘어가고 발전용량이 우리나라 대형 화력발전소 하나와 맞먹는 4,116MW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그림 5>  국가별 화학비료 사용량 (World Bank 홈페이지)


국내에서 바이오가스 발전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축분뇨를 혐기 소화하고 난 후에 발생하는 폐수처리의 경제성 문제 때문이다. 가축분뇨 혐기소화액은 좋은 비료 자원이지만 제대로 농경지에 활용되고 있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이외에도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는 시설의 규모와 가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유기자원 투입의 제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 불가능할 만큼 어렵지는 않다. 단지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농업과 환경분야 간 상호 신뢰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4) 글로벌 식량 공급망 강화


우리나라에서 공급되는 칼로리의 절반 이상은 외국 농축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기인한 이상 기상, 전파력이 높은 전염병의 발생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2010년 튀니지부터 시작된 중동의 시민혁명은 그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식품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후변화와 신흥공업국의 식량 수요 증가는 글로벌 곡물 가격의 폭등을 유발했다. 시장에서 식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사회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위험을 완화할 것인가이다.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에 농장을 운영하는 시도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런 접근방법은 국내 식량안보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 보다는 다른 나라의 농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축적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국가별로 식량생산 역량을 파악하고 수입선을 점진적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구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초이다.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ODA) 예산은 3조 원을 넘어간다. 이 중 10% 이상이 개도국의 농업개발에 지원된다. 예산 중 일부를 개도국의 고급 인력을 국내에서 농업 연수나 학위과정을 지원하고, 국내 학생 및 연구자들을 파견하여 개도국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국가 간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해외농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축적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식량수급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5) 농업의 디지털 전환


지금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제시된 과제들은 단지 기술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가장 큰 난제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갈등은 섣부른 시도에 의한 불신과 부족한 정보에 의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과학적인 데이터만이 이런 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농업계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참담하다. 데이터는 산발적이고 표준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디지털농업에 대한 열망은 높지만 이를 구현할 수단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 한 체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으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일본의 와그리(WAGRI) 시스템과 같이 국가 단위의 디지털농업 플랫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수백억 또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농업계에는 아직 이 정도 규모의 플랫폼을 구축할만한 리더십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20~30억 원 규모의 제한적인 시스템만 기관 또는 지자체별로 개발된다. 전체적으로 투자되는 예산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이런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는 원천적으로 어렵다. 


국가단위에서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 또는 지자체에서 데이터의 축적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영역을 새롭게 인식하고, 지금까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정보 부족을 해소함으로써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축순환농업을 정착시키고, 농업에너지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노력은 모두 이해관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할 때 가능하다.     



맺음말


농업은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는 농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대부분 우리 농업이 직면한 문제는 기술의 문제이기보다는 접근 방법론, 즉 전략의 문제로 귀결된다. 많은 경우 익숙한 관행과 결별을 동반한다.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농업계에서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런 평판은 국제교역에 국가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나라로서는 치명적이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기후 불량국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농업은 어떨까. 우리 농산물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농업이 지금처럼 국가적 어젠다인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예전과 같을 수 있을까. 그때부터 우리 농업의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기후위기는 갑자기 닥쳐온 게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누적된 문제를 이제야 인식했을 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농업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도 촉구한다. 농업계의 기후위기 대응에는 많은 투자와 함께 이보다 더 어려운 관행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에 민관이 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농업은 향후에도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풍족하게 공급하는 것은 물론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완충지대로 소비자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참고자료


(1)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공단(2017). 2017년도(2016년) 에너지 총조사보고 

(2) 자료 : Energy Use in Agriculture: Background and Issues(2004)에서 인용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를 이해하는 열쇠, 탄소순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