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인류의 운명은?
기후변화에 관한 토론을 따라가자면 지구탄소순환(Global Carbon Cycle)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래 NASA가 그린 그림을 참고로 봐주세요. 탄소는 광합성(Photosysthesis)에 의해 대기에서 제거되기도 하고, 식물의 호흡(Respiration)에 의해서 다시 배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들고나면서 대기 중 탄소농도는 평형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를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이럴 때 carbon dynamic, carbon flux라는 전문용어들을 쓰기도 합니다.
모든 동적인 평형상태에서는 그 평형을 유지하는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탄소순환에서는 생물이 가장 중요하죠. 주로 식물과 미생물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탄소를 흡수하고, 미생물은 분해를 통해서 다시 대기 중으로 탄소를 되돌려 보냅니다. 이산화탄소(CO2)의 형태로 말이죠.
대기 중에는 750기가 톤(giga ton) 정도의 탄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있습니다. 이 이산화탄소는 얼음 행성 지구를 따뜻하게 해서 빙하기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실 문제라기 보단 그 환경에서 잘 살아가던 생물체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니 적절한 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는 게 중요합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적당히 높아져서 기온이 올라갔고, 덕분에 농경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동적평형 상태라 이산화탄소가 오르고 내리고 부침은 있었지만, 적절한 범위에서 균형을 유지해왔습니다. 이 평형이 변할 때마다 역사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위의 그림을 보세요. 전체적으로 배출과 흡수가 균형이 맞습니다. 토양호흡(58)과 식물호흡(59)에 의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광합성(120)에 의해 다시 대기에서 회수됩니다. 바다에서 발생(90)하는 이산화탄소도 다시 흡수(92)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화산은 평소에는 0.1 정도로 미미합니다. 이것만 있었다면 아주 천천히 기후가 변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겨납니다.
인간이 등장합니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2억 명이 안 되는 인구였는데 지금은 80억에 다가갑니다. 석유와 석탄을 사용하면서 문명을 건설했고, 숲을 밀어내면서 농경지와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화석연료에서 7.7, 산림훼손으로 1.1 기가톤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더 배출했습니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동적평형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촉발한 원인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입니다. 기후위기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체적인 그림과 향후 대응책에 대한 실마리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토양) 표토에는 대기(750 기가톤)의 두 배에 해당하는 탄소(1,500 기가톤)가 있습니다. 토양유기물의 형태입니다. 왜 농업을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변수로 놓는지 우리나라 분들은 잘 이해를 못하지만, 글로벌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많은 표토 유기물은 툰드라의 동토지대와 아열대의 이탄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의 산림지대가 농경지로 바뀐다는 건 여기에 축적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불에 타는 것과 같습니다.
2. (바다) 해양에서 주 흡수원은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입니다. 이걸 생물학적 펌프(biological pump)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게 수억 년 축적된 게 오늘날 인류문명의 근간인 석유입니다. 표층수보다는 심층해양에 더 많은 탄소가 있습니다. 대기의 50배 정도는 되네요. 엄청난 양이죠. 이게 한때 미래의 에너지로 각광받기도 했고, 버뮤다 삼각지의 미스터리 원인으로도 지목됐던 메탄수화물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고압과 저온 상태에서 안정합니다.
3. (인간활동)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략 5-7 Giga ton 정도를 배출합니다. 자연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밸런스가 무너지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죠. 이 그림을 보면 왜 자연의 자정작용을 강조하는 가이아 가설이 등장하는지 알 것도 같죠. 인간은 여전히 미미합니다.
4. (피드백 메커니즘) 또 하나 이해할게 되먹임고리(feedback cycle)입니다. 기온이 오르면 연쇄반응(chain reaction)이 일어납니다. 해수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리법칙에 의해 물에 녹을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듭니다. 그만큼 대기로 이동하고, 토양에서 유기물의 분해도 빨라집니다. 평형점이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5. (Point of no Return) 피드백 메커니즘의 극단적인 케이스가 티핑포인트 또는 방아쇄(trigger)에 관한 가설입니다. 여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큽니다. 우리가 기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한계 때문입니다. 어쨌든 소개하면....
가장 큰 탄소저장고인 심해탄소나 툰드라의 토양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그대로 끝이죠. 대멸종의 시대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 방아쇄가 작동되는 시점이 산업시대 기온 대비 2°C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는 모르겠다는 거죠.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가 나타나는 건 피하기가 어렵지만, 파국은 막아보자는 게 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2°C가 맞을까? 1.5°C는 괜찮을까? 아니면 3°C일수도 있잖아!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1°C 정도 올랐는데 기후가 예전같지 않다는 건 다들 느끼고 있죠. 그럼 1.5°C 정도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파국을 막기 위해 전 세계는 1.5°C에서 온도상승이 멈추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 중입니다.
6. (화석연료) 이 그림을 보면 또 하나 깨닫는 게 있습니다. 인류문명이 석유가 부족해서 끝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막을 내린 게 아니 것처럼 말이죠.
단순합니다. 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 줄이고, 숲의 탄소흡수 역량을 키우고, 토양탄소를 늘리면 됩니다. 바다에 영양원을 첨가해서 대규모로 플랑크톤을 늘려도 되겠네요.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그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그런데 기본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지 못할 이유가 수만 가지는 되니 말이죠.
또 하나의 복병은 인구입니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2억 명이던 인구는 현재 78억 명정도까지 증가했습니다. 2050년이면 96억 명에 달할예정입니다. 우리 지구는 어떤 평형에 도달해 있을까요? 우리 인간들이 여전히 이 행성의 주인일 수 있을까요?
(1) AIRS, the Atmospheric Infrared Sounder의 Flickr
(2) The ocean carbon cycle, IA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