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피하기 어려운 이유
요즘 기후변화 관련 이슈가 뜨겁습니다. 미세먼지 파동 때 이미 느꼈지만, 우리나라의 여론 응집력은 놀랍기도 합니다. 논쟁에 숟가락을 얹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저에 깔린 몇 가지 쟁점은 이해하는 게 향후 이루어질 토론을 부드럽게 할 것 같아 가볍게 정리해봤습니다.
1. 고기를 먹는 게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니 채식을 하자. 얼마나 타당할까요? <그림 1>에서 보듯이 세계 평균으로 농업분야(AFLOU)은 24%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습니다. 주로 축산, 토양유기물 분해, 벼 재배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에서 농업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포함하지 않았는데, 대략 20%쯤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더 많이 배출하는 정도겠네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온실가스 중 메탄(CH4)이 16%를 차지하는 데 농업이 가장 큰 배출원입니다. 주로 벼를 재배하는 논, 소의 장내발효에서 발행합니다. 아신화질소(N2O)는 6% 정도인데 역시 농업, 특히 화학비료의 분해과정(탈질과정)에서 발생합니다.
2.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농업은 3%를 배출합니다. LULUCF(토지이용과 산림경영)까지 더하면 오히려 3% 정도 흡수합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농림업은 흡수원입니다. 폐기물 처리에서 배출되는 만큼을 흡수하고도 남습니다(그림 2).
3. 우리 농업 배출 중에서 축산은 42%를 차지합니다. 장 내 발효는 소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료전환율이라는 게 있는 데 이게 닭은 2, 돼지는 4 소는 7 정도입니다. 소는 사료를 7kg 먹어야 1kg의 고기를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소고기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소고기가 등장합니다. 주로 서구나 남미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입니다.
4. <그림 1> <그림 2> 를 보면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 에너지입니다. 세계적으로는 72%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87%로 과도하게 높습니다. 이건 우리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국가를 지향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살고 있는 배경이고, 기후 악당에서 벗어나기 힘든 원인입니다.
5. 그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왜 어려운가? 이건 매우 복잡합니다. <그림 3>을 봐주세요. 원의 크기가 배출량인데 중국, 미국, 인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들 세 나라가 안 움직이면 기후변화는 물 건너가는 것이죠.
6. <그림 4>를 보시면 기후변화에 왜 비관적인지 나옵니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중국과 인도에게 배출량을 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나라는 그냥 인구가 많았을 뿐입니다. 1인당 GDP로 보면 미국 65,000달러(8위), 중국 10,000(68위), 인도 2,100(142위)입니다. 여러분들이 인도와 중국의 정치지도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7. 그럼 어쩌자는 말이냐? 결국 모든 분야가 같이 노력해야겠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입니다. 이건 EU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그린뉴딜, RE100 등 강력한 재생에너지 정책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중국과 인도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미국은 또 어쩌나요?
8. 다섯 번째 표를 보시면 왜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되시겠죠. 태양광발전은 화석연료에 비해서 10%~20%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9. 그럼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결국 이게 궁금하시겠죠. 다섯 번째의 그림을 보시면....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망입니다. 강력한 재생에너지 정책이 더 해진다면 이 그래프가 아래로 향하겠지만,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만들까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10. 세계가 갑자기 힘을 모아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자고 결의해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습니다. 시차입니다. 태양광발전은 30년을 운영했을 때 이산화탄소 효율성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말은 향후 몇 년 동안은 태양광 발전이 늘어도 에너지 배출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미 기후가 출렁이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11. 그런데 코로나라는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이건 인류가 하지 못한걸 바이러스가 하고 있네요. 마지막 여섯 번째 그림입니다. 에너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20년 들어 최대 10%까지 줄었습니다. 정말 가이아라는 존재가 힘을 발하는 것일까, 이런 착각도 듭니다.
12. 세계가 함께 노력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기후파국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그럼 뭘 해야 하는데,라고 물으시겠죠. 낙하산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타게 될 보험에 얼마를 부을 것인가만 합의하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얼마나 지출할(불편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 이야기를 2013년에 쓴 <기후대란 - 준비 안 된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이미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한 낙하산도 온실가스 배출을 어느 정도 의미 있게 줄였을 때나 펼칠 수 있다는 말씀도 아울러 드립니다. 왜 그런지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관주의자처럼 여겨질까 봐 이런 이야길 하는 걸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낭만의 시대에 비관만 하면서 보내긴 아까워서 말이죠."
<그림 1>의 인용 : Global manmade greenhouse gas emissions data
<그림 2>의 인용 : 국가온실가스 배출통계를 기반으로 필자 작성
<그림 3>의 인용 : Energy demand growth by country in 2019 and 2020
<그림 4>의 인용 : Per Capita Greenhouse Gas Emissions, 2017
<그림 5>의 인용 : Life-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of energy sources
<그림 6>의 인용 : Global Carbon Dioxide Emissions, 1850–2040
<그림 7>의 인용 : Global energy-related CO2 emissions, 1900-2020
* 표제사진은 지금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환경운동연합(재인용)의 자료에서 인용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