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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20. 2021

딜레마, 사랑해서 헤어진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벼 육종을 꿈꾸며....

벼라는 작물은 너무 중요해서 국가가 아주 깊숙이 개입합니다. 벼 재배를 위해 가장 좋은 위치의 토지는 경지정리를 하고 관개수로를 촘촘히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의 대부분은 절대농지로 묶어 다른 목적으로 전용을 어렵게 했습니다. 기계화도 가장 먼저 완료되었습니다.


품종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벼는 한주씩 심습니다. 품종별로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벼의 품종도 국가 연구기관에서 대부분 개발합니다. 종자 역시 국가기관을 통해 대부분 공급됩니다. 덕분에 밥 한 그릇에 필요한 쌀은 껌 한 통 값이 안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벼농사 때문에 부족한 소득은 직불제와 가격지지 정책으로 보충을 합니다. 물론 충분하다 할 수는 없지만요.


4백만 톤의 쌀을 생산하고 매년 40만 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합니다. 쌀에도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만 이런 이유로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있고, 벼농사를 위한 좋은 농기계도 생산하지만 이 부분은 중요한 산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국가기관 이외에 대학이나 민간에서도 벼 품종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역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합니다. 이건 종자 보급 체계와 시장의 구조가 크게 작용합니다. 


하우스 안에서는 벼와 함께 밀크시슬의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진중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벼 품종을 개발하는 몇 안 되는 민간 연구자입니다. 가뭄, 고염도, 저인산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합니다. 너무 중요한 분야라 뛰어들었지만 그런 조건 때문에 역으로 민간에서의 역할이 커지기 어렵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쌀은 매우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국가의 시스템은 안정적인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어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려면 민간의 역할이 커져야만 합니다. 물론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쌀이라는 특징 때문에 국민의 인식이 또 변하지 않으니....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쌀 산업은 과거에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양돈에 밀려서 최대 품목의 자리는 내어주었고, 앞으로도 점점 더 위상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의 목 좋은 논은 축사나 하우스로 바뀌어 가고,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는 결국 수입쌀로 대체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번져갑니다. 


벼 품종개발을 위한 모내기는 직접 손으로 한다.(진중현 교수 제공)


이런 흐름을 돌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쌀이 너무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체된 분야에 우수한 인재나 자원이 집중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또 딜레마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릴 기후와 식량 위기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벼 육종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하자. 일반인 누구나가 참여해서 벼 품종을 만들어 보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그나마 어려운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는 건 누군가는 끊임없이 소개하고 가르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기술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죠. 일부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것부터 바꿔나가자는 진교수 님의 제안은 무척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도 해봤습니다. 내 이름의 벼 품종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의 식량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멋진 일이 아닐까! 봄이 되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 품종을 디자인하면서 같이 땀을 흘려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여기에 사용된 사진은 화성시에 있는 세종대 진중현 교수의 벼 품종육종 포장에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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