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기본 상식사전
필자가 이쪽 분야의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세상은 온통 탄소중립 이야기로 가득 찬 것 같다. 그렇지만 의외로 탄소중립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걸 정리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숨을 쉬거나 자동차를 탈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니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배출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즉, 배출은 하되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나무 등 자연에 의해 다시 흡수되어 평형을 이루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넷 제로(Net-Zero)라고 한다. 아래는 환경공단에서 소개하는 탄소중립의 의미이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전 (1850~1900년 평균) 대비 1.5℃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이 달성되어야만 한다. 이게 지금까지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2015년 UNFCCC 파리협약에서는 산업사회 이전 대비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고, 1.5℃이하를 달성하는 걸 권고한다고 합의했다.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약 25% 감축, 207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10월 IPCC에서 승인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할 것을 권고안으로 채택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40개 나라의 과학자 91명이 작성하였으며,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회원국(195개국)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탄소중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까지 오게 된 여정을 살펴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간에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우선 살펴보자.
탄소예산, Carbon Budet이란 1.5℃ 또는 2℃까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일단 배출되면 식물, 광합성 미생물, 빗물에 의한 용해 등에 의해 대기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지속적으로 대기에 잔류하면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따라서 자연 흡수량을 초과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축적된다.
2018년 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42G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1.5℃를 위한 탄소예산은 단지 420Gt에 불과하고, 2℃이하에 머무르기 위한 탄소예산은 1,170 Gt이다.
그럼 우리는 얼마를 더 배출하면 1.5℃ 한계를 넘어설까? 1.5도까지 허용된 배출 한계는 전체 탄소예산 대비 단지 8%의 여유만 남았다고 한다. 연도별로 얼마나 배출해왔는지 아래의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aD0EgwohZwg&t=16s) 을 살펴보자(8). 지금 추세대로라면 1.5℃까지 6년 하고 5개월이 남았다. 그리고 2℃를 위한 탄소예산은 25년이 남았다(9). 이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BAU, business as usal) 그렇다는 뜻이다.
아마도 1.5℃와 2℃ 가 무슨 차이가 있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2℃에서는 파국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1.5℃라고 해서 그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1.5℃의 탄소예산을 유지하자는 게, 즉 탄소중립이 우리에게 어떤 여파가 미칠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너무 먼 미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위의 그림은 에너지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5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의 판매를 중지하고, 대부분은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바뀌어야 하고, 대부분의 교통수단 역시 전기나 수소로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가 변한다는 것은 모든 게 변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익숙하던 세상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상상해보자.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발전을 많이 증가시켜야 한다. 대략 500GW 정도의 발전량을 태양광에서 담당하게 되는게, 이때 필요한 부지는 70만 ha를 넘어설 전망이다. 상상해보자. 우리나라 농경지 전체가 160만 ha이다.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면적은 4.7만 ha이다. 농촌을 방문할 때마다 비닐하우스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공단, 도시, 공원, 하천 및 호소, 농경지 등에 태양광이 설치되어야 한다. 풍경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증가하는 게 관찰된다. 초기에는 이게 자연적인 증가인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증가인지에 대한 논란이 꽤나 많았다. 역설적으로 땅속의 석유와 석탄을 퍼내어 지구의 불을 밝히던 산업주의자들은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킬만한 힘이 없다고 믿었다. 반면에 환경주의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자연의 자정작용 수준을 넘어서는 변화를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논쟁은 IPCC라는 국제기구를 출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대체로 5년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발견을 취합하여 보고서로 제출하고 본 회의에서 각국 정부대표단이 참여하여 승인한다. 이 국제기구는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 제1차 평가보고서('90)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출범('92)
- 제2차 평가보고서('95) → 교토의정서 채택('97)
- 제3차 평가보고서('01)
- 제4차 평가보고서('07) → 기후변화 심각성 전파 공로로 노벨평화상 수상(엘 고어 공동)
- 제5차 평가보고서('14) → 파리협정 채택(‘15)
이렇듯 IPCC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구이다. 필자 역시 2007년 IPCC 4차 평가보고서 채택 회의에 대표단으로 참여하였다.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나중에 다시 한번 자세히 쓰고 싶다. 단어 하나, 조동사 하나를 놓고 밤새 다툰다. 이 이야기는 장담컨대 재미있다. 영어의 미묘한 뜻의 차이를 어떻게 결정문에 반영되는지 절로 공부가 된다고나 할까.
IPCC를 통해 과학적 발견을 정부대표자들이 인정을 하면 국제사회는 이에 맞춰 UNFCCC를 통해 새로운 대응을 해 나오는 구조가 지금까지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처해온 방식이었다. 1990년 IPCC의 1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협약(UNFCC)가 출범하는 동력이었다. IPCC는 이후에도 기후변화 협약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세계 과학자들의 노력을 담은 보고서가 논란 속에서 채택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끌어 내었고 기후변화 협상은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역사적인 UN 기후변화 회의 출범한다. 사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지구온난화라는데 겨울이 너무 추워", "지구는 자정작용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등 온갖 음모론과 과학적 결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런 국제회의가 출범했다는 자체가 뉴스였다.
그렇지만 순조롭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캐나다에서 49.5℃의 기온을 볼일도 없었고 고산지대의 만년설이 사라지고 북극의 빙하가 쪼그라드는 장면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이 되었지만 미국과 러시아, 호주 등 주요 국가의 탈퇴로 제대로 된 추진력을 얻지는 못했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좀 진전이 되었다가 공화당 정부에서 후퇴하는 기조가 반복되었다. 그러는 사이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륙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만 갔다.
선진국에만 감축의무를 부과한 교토체제는 완전한 실패였다. 2012년 교토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던 계획은 2015년 파리협약에서 겨우 결실을 맺었다. 교토체제가 선진국의 책임과 감축의무만 주어졌다면 파리협약(신기후체계)은 국가별로 자발적인 감축 공약과 이행의무만 지게했다. 이를 "Only Name and Shame"이라는 표현하기도 한다. 배출권 구매라는 벌금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의미이다.
1990년 350억 톤이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최근에는 500억 톤으로 1990년 대비 4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당연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증가했다.
빙하의 시추를 통해 분석한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을 넘지 않았다. 짧은 간빙기와 다소 긴 빙하기가 교차했다. 산업화 시대 이전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280ppm이었다. 우리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 온 1만 년의 시기는 짧은 간빙기였다. 그래서 한 때는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해서 지금은 410ppm을 넘어섰다(1). 이제는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반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없지는 않다. 그런 분이 얼마 전까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0 년과 2019 년 사이에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33.1 기가(Giga) 톤에서 38 기가 톤으로 증가했다(2).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협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극적으로 늘어났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배출량으로는 세계 7위이고, 1인당 배출량으로는 10위권 국가들 중에는 4위 20위권까지 확대해도 5위에 해당한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만 있다. 대부분 에너지 생산국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아래의 그림은 IPCC(2014) 보고서의 자료이다. 전체의 76%가 이산화탄소이고 메탄이 16%, 아산화질소가 6%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데 25%로 가장 크고, 농업 산림 및 토지이용에서 24%, 산업 21%, 운송 14% 등이다. 여기서 토지이용 변화는 대체로 산림이나 습지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걸 의미한다.
이걸 다시 배출원으로 다시 나누어보면 대부분이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자동차를 움직이고, 건물의 냉난방을 하고, 도시의 불을 밝히고, 산업시설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73.2%를 차지한다. 다음으로는 농림업과 토지이용 18.4%, 산업공정 5.2%, 폐기물 처리 3.2% 등이다(4).
탄소중립을 하려면 각 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줄여야 한다.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국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산업별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제로(zero)로 만들 것인지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파리협약에 따라 모든 국가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s(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까지 92개국이 제출) 각 국가별 NDCs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각 국가별로 제출된 NDCs에 대해서 일부 감축목표가 낮은 국가에 대해 글로벌 NGO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2월에 UNFCCC 사무국에 2017년 대비 24.4%를 줄이겠다는 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는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이 일었고, 우리 정부는 더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아래 표는 우리가 얼마나 더 줄여야 하는지를 계산한 자료이다(2021년 7월 기준). 대략 올 연말 영국에서 열리는 UNFCCC COP 회의에서는 우리 정부는 40% 전후의 감축 공약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에서 줄이기로 한 2017년 대비 24.4%는 줄일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에서 감축량을 더 높여 40% 전후로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을까? 우리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탄소중립위원회를 꾸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결과는 7월 말경에 국민들에게 공개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에 대한 고려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여전히 석탄발전소를 지을 것이냐 말것이냐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에너지 집약적인 구조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탄소중립을 준비해온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더 혹독한 시련이 예상된다(6).
우리나라의 탄소중립과 필자의 전문분야인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정보를 보완하면서 앞으로도 조금씩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 표제부 사진은 pixbay에서 가져왔음. 글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수치는 다소 차이가 나는데 이는 인용한 문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서 있어서 그런 것이다. 문헌에 따라 사용한 연도, 범위가 조금씩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세를 파악하는데 지장은 없어서 그대로 사용했다.
(1) Climate Change: Atmospheric Carbon Dioxide (2020)
(3) Global Emissions by Economic Sector (EPA)
(4) Emissions by sector (Ourworld in Data)
(5) Raising Climate Ambition: How a 50-52% US NDC Compares with Other Advanced Economies
(6) 발전량 70% 화석연료 의존… 英·獨보다 더 가파른 감축 과제(세계일보 2021. 06.24.)
(7) To Be Carbon-Neutral By 2050, No New Oil And Coal Projects, Report Says
(8) Global Carbon Budget 2020 Finds Record Drop in Emissions
(9) That’s how fast the carbon clock is ticking
(10) The global 1.5°C carbon budget has reduced by 30 per cent in just three years – trends show we must reduce emissions f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