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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Oct 08. 2022

메타버스와 저탄소쌀

해남 땅끝의 농부들이 보내온 선물

해남에서 저탄소 쌀을 보내왔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구경꾼으로 보낸다는 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무리하지만 역시 지인 찬스를 좀 썼다.


해남에서 보내 온 '탄소잡는 B씨농장 쌀'


네이버 ZEP 메타버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이게 뭔 말이야 하실지 모르겠다. ‘제페토는 들어봤는데 ZEP는 또 뭐야’라고 하실지도.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잠시 검색해봤다. 롱 리브 구글!


ZEP은 네이버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 제트와 ‘바람의 나라: 연’을 개발한 슈퍼캣의 협업으로 새롭게 개발한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한다. 좀 익숙한 이름이다. ZEP에서는 유저들이 새롭게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 있어서 유저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사실 이게 뭔 말인지 모르겠다. 굳이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팀 쿡의 이 말이 너무 반가웠다. “메타버스, 그게 잘될까?”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의 뇌는 자신의 희망을 실현하도록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더 무서운 유튜브 알고리즘! 멀쩡하던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 참 나쁘다. 모멘토 모리 유튭!


메타버스 'ZEP의 탄소잡는 B씨농장'


아마도 이 새로운 메타버스에서 저탄소 벼농사에 참여한 유저들에게 현실에서 저탄소 해남쌀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한 모양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사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메타버스가 등장할 때 많이 언급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실현되는 모습을 본다. “땡스카본”이라는 곳에서 아마도 이일을 주도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땡스카본은 또 뭘까? 짐작은 하지만 누가 또 설명을 해주겠지.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 따뜻하고 그 정도의 열정은 이미 넘쳐난다. 이미 상상하면 이루어지는 메타버스의 세계에 이미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세계의 제한요소는 단지 상상력의 한계뿐인 세상이 아닌가!


그럼 저탄소쌀은 뭘까?


이미 긴 글이지만 또 그 정도의 친절함은 내게도 있다. 쌀 생산을 위한 벼 재배에서 농업분야 온실가스의 30%가량 발생한다. 왜 그런지 아주 쉽고 간단하게 부연하면, 물에 잠겨있으면 토양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되고 이런 조건에서 미생물은 ‘무기호흡’을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때 호기 조건에서는 산소가 최종 전자수용체가 되어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배출하지만, 공기가 없으면 이런 반응이 일어나기 어려워지는 대신에 그런 조건에서 잘 살아가는 무기(무산소)호흡을 하는 메탄균이 번성한다. 이 조건에서는 최종 전자 수용체가 산소가 아니고 무기 분자이고 이때 반응 부산물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메탄이다. 이건 소의 위에서도 동일하다. 어렵다. 실패를 인정한다. 그런데 지우긴 아깝고. 쩝!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28배(100년 기준) 더 크다. 그런데 이걸 20년의 기간으로 한정하면 84배까지 커진다. 이런 차이가 또 메탄서약과 같은 여러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이쯤 읽다 보면 이 친구가 이 휴일 할 일이 없구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뭐 사실 그렇다. 자료를 만들기 위해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데 휴일 내리 출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런데 이런 상황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아~ 또 신세 한탄, 급격한 노화의 증거이다.


온실가스 효과 GWP



이 저탄소쌀이 더 맛있을 리는 없다. 쌀은 쌀이다. 그렇지만 나의 뇌는 또 그렇게 감동회로가 작동할지도 모른다. 이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부들이 몇 배 더 물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저탄소 쌀이 되려면 논의 물 관리를 다르게 해야 한다. 논의 물관리가 또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벼가 자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벼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물 높이를 높여 줘야 한다. 논물꼬를 조절해서 그렇게 한다. 바람이 세게불면 쓰러지지 않게 더 높여줘야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해제되면 바로 다시 적절하게 낮추어야 한다. 삽 한 자루 들고 여름날 부지런히 논두렁을 걸어 다녀야 가능하다. 그래서 부지런한 농부의 쌀이 미세하게 더 맛있어진다. 물론 그걸 구별할 수 있는 밥솥과 까탈 시런 성질도 필요하다. 그런데 분얼기가 지나면 잠시 동안 물을 떼주는데, 이걸 2주 이상하게 된다. 그리고 출수기와 수잉기가 되면 다시 물을 대야 하고, 또 등숙기를 지나면 논을 말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논물을 빼서 밭 상태로 만들어주면 혐기성 세균의 성장과 분열이 억제되어서 메탄 발생이 줄게 되는 원리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 28배이고 이렇게 농업 온실가스(메탄,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를 줄이는 걸 그냥 저탄소 농업, 이렇게 생산된 작물을 저탄소 농축산물(예. 저탄소 쌀, 저탄소 소고기,..)이라고 부른다.


벼를 재배하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논에는 물이 가득차 있다.


논물의 높이를 벼가 자라는 기간 내내 관찰하고 또 그걸 타임랩스로 찍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자! 상상력 좀 발휘해 보자. 백문이불여일견이다. 괜히 몰라준다고 세상 탓은 그만 좀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우리나라 RnD 연구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왜…(생략) 옛 동료들을 생각해서.


물론 이건 그해 기상, 지역, 농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개 이렇게 글에는 안전장치를 둔다. 틀릴 수도 있으니. 어쨌든 이렇게 하면 메탄을 50%까지 줄일 수도 있다. 사실 여기도 약간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농업 연구자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들판에서 열심히 연구하면 승진을 못한다. 이 메탄 연구를 하던 연구자는 결국 연구관 승진을 못했다. 뭐 다른 이유도 좀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저탄소쌀이 생산된다. 이렇게 논물을 조절하는데 쉽지 않으니 자동 물꼬라고 해서 자동수문과 디지털 제어를 접목하기도 한다. 그런데 논이 대략 2백만 개가 넘어가는데 그걸 어찌 다 적용할 수 있을까, 엄청난 숫자가 짓누른다. 어떤 용자가 이걸 또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쌀을 쳐다보니 그게 그저 그런 쌀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더운 여름 내내 논둑을 걸었을 농부들의 노고가 절로 떠오른다. 우리의 삶은 이분들이 있어 지속된다.


저탄소쌀 맛이 궁금한가?


그럼 해남의 저탄소 농부들을 응원하자. 물론 전국에서 그런 시도를 하는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기막힌 해결방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면 노벨상 정도는 가볍게 줘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안 되면 내가 막걸리라도 한잔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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