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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04. 2021

둘째가 찾아왔다.

[다운 천사 꿈별 맞이]

둘째가 찾아왔다.



며칠 더 기다리면 더 선명한 두 줄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참지 못하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매직 아이’ 하듯 유심히 살펴보니 매우 희미하게 두 줄이 보였다. 바람 때문에 헛것을 본 건 아닌지, 남편에게도 보이느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싱겁게 둘째의 존재를 알았다. 4년 만에 찾아온 둘째였다.


외동으로 키울 게 아니라면 빨리 둘째를 낳아서 한 번에 육아를 해치우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나는 온전히 첫째에게 몰입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이 아이에게 사랑과 정성을 쏟아부은 후에야 다른 존재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았다. 엄마의 성향에 따라 육아 방식은 달라진다. 나에겐 첫째인 고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이 해외 근무 중이라 ‘독박 육아’를 하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혼자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만으로 버거웠기에 섣불리 둘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남편의 해외 근무가 끝나고, 첫째가 세 돌이 지난 후에야 슬슬 둘째 생각이 났다.


뒤늦게 돌이켜 보면 참 고민 없이 둘째를 가졌다. 둘 육아가 어떨지 짐작해 보지도 않고, 나도 남편도 가족의 완성은 어른 둘, 아이 둘, 네 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혼자 첫째를 키우면서 완전히 소진되어 버렸으면서도 내 몸과 마음과 기질을 살피지 않은 채 덜컥 둘째를 맞이했다. 하지만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엄마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엄마라는 자리는 준비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겠다.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가 되지만, 진짜 엄마 되기의 여정은 막 출발을 했을 뿐이다. 아이와 함께 엄마로서의 나도 커가는 것이다.


나와 남편이 그랬듯, 우리의 원가족들도 철석같이 가족의 완성은 넷이라고 생각했기에 둘째의 임신 소식을 반겼다. 딸이 고생하는 게 싫었던 우리 엄마는 “하나만 잘 키워”라고 말씀하곤 하셨지만 막상 둘째 소식을 전하자 활짝 웃으며 기뻐하셨다. 2년여의 독박 육아를 마치고 남편도 돌아왔고, 첫째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민을 준비하기 위해 남편이 육아 휴직을 했고, 때마침 나는 둘째를 임신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자만할 만큼 모든 게 완벽했다.


첫째의 태명은 고래였다. 이름처럼 크게 자라서 3.83kg으로 태어난 고래는 목청도 고래처럼 크고 몸집도 키도 늘 또래보다 컸다. 고래는 통잠을 늦게 자서 애를 먹였다. 육아 동지가 둘째에게 ‘꿀잠’이라는 태명을 지어줬더니 과연 태어나서 꿀잠을 자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대로 따라 하기는 좀 그렇고 ‘꿈’을 넣어서 태명을 짓자고 남편과 상의했다. 고래도 남편의 제안이었는데 이번에도 그가 좋은 이름을 생각해냈다.


“꿈별이 어때?”


꿈꾸는 별이라니! 이 얼마나 반짝반짝 아름다운 이름인가. 그렇게 둘째의 태명은 꿈별이가 되었다. 배를 쓰다듬으며 “꿈별아” 하고 불렀다. 꿈꾸던 곳으로 가서 우리 네 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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