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에 대한 tmi 난무한 글을 시작합니다
아이돌 덕질을 해온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말이 있다.
“그런다고 걔네가 널 알겠니. 걔네는 너 존재도 몰라.”
이 에세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아이돌 덕질의 본질을 설명하는 글의 서두에 써먹기 가장 좋은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전제부터 완전히 틀렸다. 걔네가 날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어서다.
하지만 이 말에 반박하거나, 또는 반박하기를 포기하거나, 또는 안타깝게도 이 말에 말려들고 말았거나, 또는 이 셋 모두에 포함되는 아이돌 덕후들은, 종종 아이돌을 향한 자신의 감정과 덕질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처해한다.
사실 이 말 뒤에는 숨은 뜻이 있다.
걔네는 너 존재도 몰라. (그러니까 철 좀 들어라)
이런다고 걔네가 널 알겠니. (시간과 돈 낭비도 가지가지구나)
이 외에도 ‘너네 오빠는 이 순간에 존예 여친과 함께 있단다’ 등 소위 ‘빠순이’를 우습게 보는 여러 폄하의 시선이 포함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에세이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예, 저도 알아요. 그리고 그건 제 덕질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이돌 덕질의 본질은
상대방이 나를 알아주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고: 내 최애가 나를 안다면... (끔찍)
최애와 사적으로 만나기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그걸 사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이돌 덕질의 본질은 ‘서로가 서로를 전혀 모르지만, 어떠한 형태에 한정하자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맺는 관계맺음’에 가깝다.
이 아리송한 관계맺음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덕질이라는 행위에서 바라는 것은, 나의 사랑이 내 가수의 나를 향한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냥 나의 행복 그 자체다.
왜냐고? 좋아하면 행복하니까. 맥빠지는 결론일지 모르나, 실제로 그게 전부다.
이 에세이에서 나는, 1세대부터 자칭 5세대까지 걸친 아이돌을 두루 파고 있는, 케이팝 애호가이자 돌덕질 고인물의 시선에서 덕질에 담겨진 ‘마음’과 그 마음으로 깊어진 나의 세계에 대한 tmi가 난무한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내가 가진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 일기처럼 남겨두고 싶다는, 일종의 ’내 정신세계 소장욕구‘에서 에세이 쓰기를 시작했다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수많은 아이돌 덕후들이 가진 ‘좋아하는 마음’이 유사 연애 혹은 유사 육아와 비슷한 감정으로만 곡해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투사가 된 듯한 그런 심정도 일부 담겨 있다.
이 글을 읽고 나와 같은 덕후라면 벅차오르는 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나와 같은 덕후를 가족/친구/지인으로 둔 머글이라면 그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혹시 다른 장르의 덕후라면 그 세계의 덕질은 어떻게 그 사람의 세계를 더 깊어지게 만드는지 나눌 수 있어도 재밌겠다.
그럼, 60초 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