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130
집 혹은 직장과 가까우면서도, 나와 바이브가 맞고, 가격이 합리적인 요가원을 찾아 헤매기도 지겨워져 아예 다른 종목으로 눈을 돌려봤다. 그것은 웨이트. 헬스장에 가지 않을 수 없게 루틴을 만들어놔도, 운동을 간다는 건 항상 귀찮은 일이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하루의 디폴트가 됐다.
평소에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헬스장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틈틈이 근력 운동도 했었지만, 그 무렵 나에게 운동을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운동 스타일도, 사용하는 근력의 종류와 범위도 달랐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면 웨이트는 어째서인지 재미가 없다는 것.
그래도 근육이 어느 정도 있어야, 살도 빠진다고 하니 기회가 될 때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크로스핏 체험 등을 여러 군데서 해봤지만, 친목질이 부담스러워 결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미 너무 끈끈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친하게 지내고자 노력해야 하는 건 나에게 어려운 숙제로 다가왔었나 보다.
회사 헬스장의 몇 안 되는 장점인 저렴한 가격과 근접성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때 한 단체운동 프로그램을 일주일 체험 신청했다. 이것저것 까다롭게 따지는 게 많은 나인데, 3번의 수업만에 등록을 결심하게 됐다. 그날, 이 회사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알아봤을 정도였다.
나에게 이곳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루틴과 적당한 파편화였다. 월~금마다 유산소, 근력, 회복, 근력, 유산소 프로그램을 돌리고 매일 구성이 다르다. 혼자 근력 운동을 하기에는 웨이트가 주는 소구력이 약하고, 그렇다고 개인 PT를 받기에는 그렇게까지 투자해야 하나 싶은 사람에게 적당한 타협안이었다.
내가 제일 경계했던 게 운동인지, 친목인지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이곳도 물론 수강생의 수강 기간에 따라 코치와 쌓아온 유대에 따른 친소관계가 발현됐지만, 적어도 그 수업 안에서는 새로 온 사람에게 주는 부담이 크지 않은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시점이 대학원 지원을 마치고, 정부 장학생 면접을 앞둔 때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운동을 가고,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하는 단조로운 루틴 속에 유일한 변수가 이 운동의 프로그램이었고, 그 작은 변화가 내 몸에 일으킨 파장이 상당했나 보다.
요새는 근력 운동 무게를 기록하는데, 이게 뭐라고 욕심이 나는 거다. 워낙 몸 자체가 하체 위주로 발달돼 있다 보니 상체 운동, 특히 벤치프레스와 같은 가슴 운동은 바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매달지 않은 이지 바조차 겨우 들어 올렸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이젠 제법 무게를 올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스코어는 스쿼트가 40, 벤치프레스가 33, 데드리프트가 57로 3대 130이다. 하체의 힘을 생각하면 스쿼트에서 최소 10, 데드리프트에서 최소 8은 더 올릴 수 있을 듯한데, 이런 목표가 있으니까 확실히 한 세트를 더 하더라도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게 된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
하루는 내가 계속 운동 얘기만 하니까, 남자친구가 그렇게 운동이 재밌냐고 물었다.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운동만이 유일한 변수이다 보니 그 얘기만 하게됐나보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뛰는 게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운동이었다면, 이제는 매일 새로운 운동을 하는 느낌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대학원 지원 결과도, 장학금 선발 여부도 현재로서는 모든 게 불투명해 불안할 때마저 있다. 하지만 이 헬스장에서만큼은 내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꾸준히 연습만 한다면 스쿼트, 벤치프레스, 혹은 데드리프트는 한 번 더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그 성취감을 나는 갈구해왔나 보다.